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대법정 417호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사건 결심 공판이 13일로 연기됐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의 변론이 길어지면서다. 13일 열리는 결심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의 변론과 특검의 구형,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피고인 8명의 최후진술이 이어질 예정이다.
지귀연 재판장은 애초 “가급적 오늘 중으로 끝내는 것으로 생각하고 임해달라”고 변호인들에게 당부했다. 그러나 김 전 장관 변론이 총 10시간 가량으로 길어졌다. 저녁 식사도 거르고 변론을 이어갔으나, 피고인들은 물론이고 변호인들조차 피곤한 기색을 보이면서 잠시 휴정한 뒤 13일로 추가 기일을 지정했다. 오후 9시 52분께였다. 이날 공판에서는 윤 전 대통령을 제외한 7명의 피고인 측 변호인들의 최종 변론까지만 진행하기로 했다.
형사소송법상 공판 진행과 종료 시점은 재판장의 소송지휘권에 속해 재판 시간 자체에 대한 제한은 없다. 재판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추가 기일을 지정해 결심공판을 이어갈 수도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지귀연)는 9일 오전 9시 20분 윤 전 대통령과 군·경 수뇌부 등 8명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피고인 측 서증조사가 모두 마무리되면, 검사는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에 대한 의견을 정리해 최종의견을 진술하고 구형량을 제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 전 장관 측의 서증조사가 길어졌다. 서증조사는 당사자 간 증거능력에 다툼이 없는 문서 증거의 내용과 성격을 법정에서 확인하는 절차로, 일반적으로는 간략하게 끝난다. 하지만 김 전 장관 변호인들이 순차적으로 PPT 화면 등을 제시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특검 측에서 “읽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시간을) 제한하자는 게 아니라 속도만 빨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자 “제가 혀가 짧아 빨리하면 혀가 꼬인다”(권우현 변호사)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 전 장관 측은 “공소장은 반국가세력들이 썼다”(이하상 변호사)는 등의 주장을 했다. 계엄 당일 안귀령 민주당 대변인이 계엄군의 총기를 뺏으려고 시도한 동영상을 재생하며 “군용물을 탈취하려 한 현행범”(김지미 변호사)이라고도 했다.
지 재판장은 결국 김 전 장관 측 변론을 중단하고 다른 피고인들의 서증조사와 변론을 먼저하는 식으로 재판을 진행했지만, 늘어진 재판에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이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지면서 재판을 끌고가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 윤 전 대통령 측 역시 “구속 수감된 피고인들 입장에선 체력적으로 굉장히 지쳐있다”며 추가 기일 지정을 요청했다. 혈액암으로 투병 중인 조지호 전 경찰청장의 경우 건강 문제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추가로 잡힌 13일 결심 기일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건 윤 전 대통령의 구형량이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대 법대생이던 1980년 모의재판에서 판사로서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이 받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형, 무기금고형만이 가능하다. 해당 혐의 구형은 30년 전인 1996년 8월 5일 전두환 전 대통령에 검찰이 사형을 구형한 사례가 유일하다. 공교롭게도 이날 윤 전 대통령의 결심이 열린 417호 법정은 지난 1996년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항쟁 관련 내란 수괴(형법 개정 후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형을 구형받은 곳이다.
조은석 특검은 특검보, 차장·부장검사들을 전날(8일) 오후 3시쯤 소집해 약 6시간 동안 구형량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회의 결과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해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구형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최종 결심은 조 특검에게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