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재판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가 법정에서 한 말들이 주목받고 있다. 재판 도중 변호인단을 향해 “재판장도 다 생각이 있다”라고 하는가 하면 특검 측엔 “슬픈 표정 짓지 마시고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엄숙한 형사 법정의 틀을 깨고 재판을 유연하게 이끈다는 시각과 ‘내란 사건’이라는 무게와 다른 ‘예능 재판’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는 지난달 29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공판에서 조지호 전 경찰청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이 특검이 유도신문을 한다고 반발하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제가) 제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 변호인이 재차 특검의 신문을 끊자 “(조 전 청장을) 내일 또 나오게 할 수는 없다”면서 “‘재판장도 다 생각이 있어서 저러겠구나’ 하고 넘어가달라”고 다독였다. 혈액암 투병 중인 조 전 청장의 건강과 신속한 재판 진행을 고려한 발언이다.
지 부장은 같은날 조 전 청장에 대한 오전 증인신문을 마친 뒤 방청석에 앉아있는 가족을 향해 “가족분들 (조 전 청장) 잘 케어 좀 해주시고”라고 했다. 방청석에 있던 가족이 재판 종료 후 조 전 청장보다 먼저 증인 출입구를 통해 나가자 “같이 좀 모시고 가주시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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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말 막는 분들이 무슨 자유주의?”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을 향해 지 부장이 “아까 민주주의, 자유주의 얘기하셨잖아요. 남의 말 막는 분들이 무슨 민주주의, 자유주의예요?”라고 한 발언도 화제가 됐다. 5일 공판에서 재판부와 특검이 향후 재판 절차를 논의하던 중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이 “수사에 관여한 검사가 재판 과정에서 발언해서는 안된다”고 중간에 끼어들자 한 말이다. 지난달 9일 김 전 장관 공판에선 변호인단을 달래면서 “저도 뭘 잘못하면 집에서 어머니가 복잡한 얘기 안 한다. ‘네 방 깨끗하게 치웠니?’(라고 한다) 그러니까 기본적인 예절이나 예의만 좀 지켜주시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 부장은 재판 도중 종종 항의하는 변호인단에게 “죄송하다”며 서슴없이 사과하기도 했다.
재판 중 특검 측엔 “슬픈 표정 하지 마시고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 부장은 지난해 11월 13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한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의 반대신문이 준비되지 않자 다음 기일에서 계속 진행하기로 하면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도 증인으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특검 측이 답변을 머뭇거리자 재촉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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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님 이름 좀 뽑아 놓고 외워야겠다”
가감 없는 혼잣말과 농담 섞인 말에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하냐는 지적도 나왔다. 지 부장은 지난 6일 증거 목록 정리를 위해 추가로 잡은 공판준비기일에서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이 “증인 규모를 생각하면 한 3년 해야 (한다)”고 하자 “나중에 기고 좀 해주십쇼 언론에. 3년 해야 할 재판을 1년(만에) 했는데”라고 맞받아쳤다. 지 부장은 국무위원 진술 관련 증거를 정리하면서 “장관님 이름 좀 뽑아놓고 외워야겠다. 이 나라 장관님 이름을 모르니까 미안하다”라고도 말했다. “아, 송미령, 이 분은 안다”고 너스레를 떨거나 “조태용(전 국정원장)이 있고 조태열(전 외교부 장관)이 있네”라며 이름을 기억하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 부장은 방청석을 향해서도 말을 걸곤 했다. 지난달 29일 윤 전 대통령이 입정하자 방청객 일부가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지 부장은“왜 일어나세요”라며 “안전을 위해서 그러니 비행기라 생각하라”고 부드럽게 제지했다. 6일 공판에선 방청석에 앉은 기자들에게 “기자님들 우리 기사 좀 써줘요. 법정 추워요”라며 “그래야 (법원행정처) 처장님도 예산 투입하지, 우리가 얘기하면 ‘헝그리 정신’으로 버티라 그러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말미엔 “처장님의 깊은 뜻이 있네. 춥게 해야 빨리 정리가 되네”라고 재치있게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