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전화를 받았다. 발신자는 선배 검사 A였다. 그는 밑도 끝도 없이 검사들이 선망하는 꿈의 보직, 서울중앙지검장을 언급했다. 게다가 한동훈에게 그 자리를 맡지 말라고 했다. 왜 그랬을까. A가 말을 이어나갔다.
" 중앙지검장으로 바로 가지 말란 말이야. 적당한 재경지검이나 수도권 지검 검사장으로 가서 일하다가 새 정권이 안착하는 거 같으면 그때 중앙지검장 해. 그게 너한테 좋아. "
그건 조언이었다. 때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해 대통령 당선인이 된 직후였다. (이하 경칭 생략)
세상이 바뀌었다. ‘문재인 정권’으로부터 윤석열과 함께, 때로는 윤석열보다 더 심하게 핍박받았던 한동훈의 수난시대가 바야흐로 종막을 고하고 있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한동훈을 유력한 서울중앙지검장 후보로 거명했다. ‘조선제일검(檢)’으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수사력을 과시했던 그는 아닌 게 아니라 그 한국 최고, 최대 검찰청을 이끌 적임자였다.
A의 조언을 듣던 한동훈이 파안대소했다.
" 에이, 형님. 제가 무슨 중앙지검장입니까? "
최근 취재팀과 마주 앉은 A는 그때를 회고하면서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 내가 나름대로 조언이랍시고 한동훈한테 중앙지검장 바로 가지 말라고 했거든. 그때 한동훈이 자기가 무슨 중앙지검장이냐며 손사래를 쳤는데 얼마 뒤에 법무부 장관이 되더라. 검찰총장도 아니고 법무부 장관. 그때 내 말 들으면서 속으로 얼마나 웃었을까. "
그건 A의 잘못이 아니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그가 법무부 장관이 될 거라 짐작한 이는 극히 드물었다. 중앙일보 2022년 4월 15일 자 8면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윤핵관’의 탄식이 담겨 있었다.
" 나도 발표 당일 아침에서야 알았어. 윤 당선인이 나한테도 미리 말을 안 해 줬어.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 "
물론 그가 새 정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역할이 서울중앙지검장이나 검찰총장이 아니라 법무부 장관일 거라 생각한 이는 극히 드물었다.
그걸 미리 알고 있었던 극소수 중 한 명인 윤석열 정권 참모 B에 따르면 가장 나중에 베일을 벗은 한동훈의 인사는 그러나, 가장 먼저 확정된 인사였다. 제18회에 등장했던 대로 대선 승리 며칠 뒤 김건희 여사로부터 한동훈 인사 관련 문의 전화를 받은 B는 ‘실록 윤석열 시대’ 취재팀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윤석열 정부 내각에서 가장 먼저 정해진 게 한동훈이었어. 윤석열 당선인의 의지였지. 그랬는데 보안은 제일 늦게까지 지켜졌어. "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가 새 정권 첫 내각 발표의 ‘깜짝 하이라이트’가 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그 깜짝 인사를 주도했던 윤석열은 몇년 뒤 한동훈에 대해 분노를 토해낸다.
" 도이치 수사는 불법 수사인데, 사악한 한동훈이 2년째 (수사를) 끌고 있다. "
내란 특검팀이 지난해 11월 13일 한동훈의 후임자인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영장실질심사 때 “윤석열이 박성재에게 보낸 것”이라며 공개한 문자 메시지 내용이다.
윤석열은 후계자로 생각한 한동훈에 법무부 장관 자리를 주었다가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한 걸까.
그러나 윤석열의 변호사로 활동했던 D는 ‘후계자론’에 대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실 윤석열은 알려진 것과 달리 사람들을 잘 챙기는 스타일이 아니야.”
그렇다면 한동훈에게 법무부 장관 자리를 준 게 김건희였다는 루머는 어떨까.
“김건희가 챙겨주긴 뭘 챙겨줘. 김건희는 한동훈을 싫어했어.”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서 주장한 윤석열 인사의
‘불순한 동기’는 뭐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