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는 오전 6시 반을 넘어가고 있었다.
새벽이라고 할 순 없었지만 거리는 어둑어둑했다.
숨 쉴 때마다 코 끝이 깨질 듯 차가웠다.
힘들게 내쉴 때마다 내 입김에 내 눈이 가렸다.
이런 날….
사실 꼼짝도 하기 싫은 겨울 아침이었다.
“차에서 한숨 자고 8시쯤 아침 먹을까?”
밥보다 잠이 필요했다.
같이 간 직원 용철 씨가 “네”라고 답해줘 한숨 놓았다.
히터를 높이고 의자를 눕혔다.
작업용 트럭이라 최대한으로 밀어봐야 비스듬히 앉는 꼴이다.
그래도 나았다.
“9시쯤 주인 만나면 일을 시작하자. 일단 좀 자자.”
‘어이쿠….’
눈 한번 깜빡했는데 눈이 부시다.
이미 해가 번쩍 나 있었다.
“늦었네. 얼른 가서 아침 먹고 점심은 건너뛰자.
일 시작하면 2시는 넘겠네.”
“예…”
마뜩찮은 답변이 불편하다.
후다닥 24시간 국밥집을 찾아 아침을 때웠다.
의뢰 받은 건물 앞에 차를 세우니 한 남자가 기다렸다는 듯 문을 열고 나왔다.
시동도 못 끈 채 차에서 내렸다.
“안녕하세요. 청소업체입니다.”
“안녕하세요. 실물이 훨씬 좋으시네요. 유튜브 잘 보고 있습니다.”
이 남성은 고시텔 주인이다. 사건은 거기서 벌어졌다.
2층은 남성 전용, 3층이 여성 전용.
성별을 층별로 나눈 건물이다.
“1층은 남녀 공용공간이에요.
식당이랑 세탁실이 있죠.
밥 먹고 빨래 넣고 나가는 거지요.”
처음에 ‘고시텔’이라고 들었을 때 예상한 모습과 현장은 매우 달랐다.
리모델링을 한 지 오래되지 않은 듯했다.
“원래 고시원이었던 건물인데 오래됐어요.
제가 인수해서 내부를 싹 바꿨죠.
요즘은 고시원도 신식으로 해 놔야지, 싸다고 그냥 오진 않아요.”
고시원에 들어가 보니 주인이 말한 것처럼 내부는 아주 신식이었다.
공용공간이라는 1층은 마치 북카페 같았다.
엘리베이터는 없어서 ‘현장’으로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역시 3층엔 매캐한 탄내가 코를 찔렀다.
냄새 말고는 깔끔한 공간이다.
현관도 있었다.
붙박이 옷장과 가구 안에 매립해 놓은 텔레비젼.
접이식 테이블이 달린 침대.
책상까지 갖췄다.
고시텔보다는 원룸에 가까운 크기였다.
옵션 가구들이 꽉 들어차 있었지만 배치가 잘돼 있었다.
꼭 호텔 같은 느낌이었다.
방마다 작지만 화장실 겸 욕실이 독립형으로 있는 구조.
“어이쿠, 이걸 어디서 들고 왔을까….”
침대 아래 벽돌 2개가 나란히 놓여있었다.
그 위엔 전기밥통에 들어가는 내솥.
하얗게 타버린 번개탄이 재로만 남았다.
번개탄 태울 솥을 받쳐둔 벽돌.
불이 날까봐.
바닥을 태울까봐.
자살하는 이들은 마지막까지 이런저런 걱정을 한다.
자기 목숨만 걱정해도 다 풀릴 것을….
이렇게 솥을 놓고, 벽돌을 지고 와 ‘폐’를 끼치지 않으려 한다.
자기 죽음, 그 자체가 산 자들에게 폐인 것을….
늘 보는 장면이지만 울컥한다.
그 장면을 며칠만 더 전에 봤으면 달라질 거란 걸 알기 때문에.
늘 뒤늦은 목격자로서 마음이 아프다.
침대 아래쪽엔 접이식 테이블을 펼쳐놓았다.
빈 소주병이 2개.
컵은 없었다.
병째 들이부은 것이다.
고인은 갓 스무살 여성이었다.
아직 그냥 소녀다.
겨우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뿐인.
“유품을 챙기실 가족분들은요?” 묻자 고시원 주인이 입을 열었다.
“고모부란 사람이 다녀갔어요. 죽은 친구가 처음 올 때도 그 아저씨랑 왔죠. 그 양반이 여기 계약하고 월세를 내줬거든요. 달리 뭐 챙겨달라는 물건은 없었어요.” 스무 살 소녀는 왜, 가족도 아닌 ‘고모부’ 손에 이끌려 이 방에 와야 했을까. 고시원 주인이 전한 소녀의 사연은 너무나 잔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