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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기관차 빅보이가 달려온다…세계 최고의 모형 기차 만드는 한국부라스 [스튜디오486]

중앙일보

2026.01.09 14:00 2026.01.0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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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원 대표가 제작한 다양한 모형 기차.

기관부 길이만 40.5m에 중량은 605톤. 최대 출력 4500마력의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증기기관차가 굉음을 내며 선로를 내달린다. 1941년 제작된 유니언 퍼시픽 1대 괴물 기관차 빅보이. 85년 전 거친 미 대륙을 횡단하던 이 증기기관차가 실제 크기의 1/87 사이즈로 완벽히 재현되어 다시 나타났다. 모형 기차 제작 50년 장인인 한국부라스 조성원 대표의 솜씨다.
조 대표가 제작한 모형 기차가 굉음과 함께 어둠을 뚫고 선로를 내달리고 있다. 모형이지만 실제 기차만큼 정교하고 역동적이다.
 자체 개발한 다이캐스팅 공법으로 제작한 빅보이 기차. 구동은 물론 굉음과 불빛, 연기까지 피어오른다.

한국부라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모형 기차 제조업체다. 독일 메르클린(Märklin)과 미국 라이오넬(Lionel)에 완제품을 공급한다. 자체 개발한 금형·주조 공정을 통해 제작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춰 한때 세계 모형 기차 시장의 70%를 점유하기도 했다. 지난해 매출은 디오라마 제작을 포함해 35억 규모다. 수출 물량 대부분을 담당하는 중국 현지 법인을 합하면 약 100억원에 달한다.

모형기차와 디오라마 제작 기업 한국부라스 조성원 대표가 본사 사옥에 놓인 최초의 증기기관차 모형을 선보이고 있다.

조 대표는 한국부라스의 모형 기차는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제품"이라고 자부한다. 모형 기차는 실제 기차의 원도면을 바탕으로 스케일에 맞게 재설계해 제작한다. 기차 한 량 제작에 부품만 350가지가 넘는다. 제작 기간은 도면 준비부터 완성까지 15개월 이상 걸린다. 완벽한 디테일을 위해 조 대표는 도면이나 사진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기차의 윗면이나 하부, 내부의 세부 정보를 살피기 위해 국내·외 기차 업체를 직접 방문한다. 완성된 후에는 내구성 테스트(라이프 테스트)를 100시간 동안 실시한다. 무거운 짐을 달고 험한 레일에서 구동에 문제가 없어야 하며, 제품 포장 후 2m 높이에서 떨어뜨려도 결함이 없어야 시제품으로 내놓는다. 독일 메르클린에 수출한 제품 중 1건의 AS 건이 있었을 뿐 현재까지 반품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조 대표가 경기도 시흥의 한국부라스 본사 자료실에서 해외 기차 원서를 보고 있다. 그는 "모형 기차 사업 초기에는 보다 나은 제작 방법을 찾기 위해 여러 해외 기차 원서를 살펴봐야 했다"며, "당시 금액으로 한 페이지에 15000원씩 번역료를 지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SOUTHERN RAILROAD 2-8-8-2 기차 도면. 기차 윗면과 하부, 내부 등은 묘사가 없다. 조 대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실제 기차를 직접 살펴보고 모형 기차를 제작해왔다.
조 대표가 모형기차 빅보이의 바퀴 구동을 위한 하부 납땜 작업을 하고 있다. "우수한 제품일수록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작은 부분도 정교하게 제작한다"고 조 대표는 말했다.
조 대표가 한국철도공사와 협력해 처음으로 제작한 KTX 산천 모형 기차. 기차 하단부에 미세한 수치 표기도 섬세하게 재현했다.

전 세계에 200개 모형 기차 회사가 있지만, 우수한 품질 덕분에 항상 제품이 부족했다. 독일 메르클린에 수출한 석탄 기차 ‘BR50’은 단일 기종으로 최다 판매 금액인 30억원을 기록했고, 드물게 재생산 요청도 받았다. 모형 기차는 희소성이 중요해 재생산을 잘 하지 않는다. 480만원에 한정 판매한 빅보이는 현재 수집가들 사이에서 1000만원에 거래된다. 10년에 걸쳐 개발한 레일 청소 기차는 미국과 독일 특허도 가지고 있다. 모형 기차 레일에는 미세 금속이 많이 붙어있어 장기간 작동하면 기차에 오작동이 발생하는데, 전기가 잘 통하도록 레일 청소를 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기차다.

황동으로 만든 빅보이 기차. 아이언으로 제작한 모형 기차보다 10배 정도 비싸다.
노퍽 앤 웨스턴(Norfolk & Western) 철도의 J 클래스 4-8-4 증기 기관차. 실제 기차와 동일하도록 전면부의 곡면율까지 똑같이 제작됐다.
체서피크 앤 오하이오(Chesapeake & Ohio) 철도의 USRA 2-6-6-2 1521.
 손바닥 크기만 한 소형 황동 빅보이. 모형 기차는 작아도 무겁게 만드는 게 기술이다. 기차는 무겁게 만들어야 견인력과 속도, 안정감이 좋아진다.

이 모든 모형 기차를 서울 노원구 화랑대철도공원에 있는 '노원 기차 마을'에서 만나볼 수 있다. 2022년 11월 개관한 기차 마을은 모형 기차를 테마로 한 정교하고 생동감 있는 디오라마 전시관이다. 주말에는 하루 1000명 이상이 찾을 정도로 인기다. 전시관의 기차와 디오라마는 모두 조 대표 주도로 제작됐다. 현재는 마터호른과 융프라우 등을 배경으로 한 스위스관이 운영 중이고, 오는 31일 이탈리아관이 개관한다.
 조성원 한국부라스 대표가 지난 7일 '노원 기차 마을' 내 개관을 앞둔 이탈리아 관의 베니스 디오라마 선보이고 있다. 조 대표의 뒤 편으로 피렌체 두오모 성당이 보인다.

미국 시카고 벌링턴 & 퀸시 철도(CB&Q)에서 운행했던 U25C 기관차.

 디오라마로 만든 스위스 베른주 인터라켄 기차역으로 모형 열차가 들어서고 있다. 땅거미가 진 스위스 서정적인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노원 기차 마을 스위스관에서 세계에서 가장 느리게 달리는 특급열차인 글레이셔 익스프레스가 눈덮힌 산맥을 지나고 있다.

스위스 베른 국회의사당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베른 대성당 앞으로 모형 기차가 지나고 있다.

전체 제작 비용 30억원에 순수 제작 기간만 1년이 넘게 소요된 이탈리아관에는 콜로세움, 피렌체 두오모 성당과 성베드로대성당 등 세계적인 랜드마크들이 정교하게 재현되어 있다. 베네치아 기차역에서 출발하는 모형 기차도 있다. 개장식 당일에는 이탈리아 대사도 직접 전시관을 찾을 예정이라고 조 대표가 귀띔했다.

 개관을 앞두고 준비가 한창인 이탈리아관에 마련된 피렌체 두오모 성당 디오라마.

실제 크기의 1/87로 제작된 로마 콜로세움. 외부 창을 따라 놓인 동상마다 모양이 다르다.

영화 벤허의 배경이기도 한 대전차 경기장 디오라마.


오는 31일 개관을 앞둔 이탈리아관 내 설치된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 디오라마를 조 대표가 바라보고 있다. 이탈리아관은 스위스관의 2배 규모다.




우상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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