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수형 기자]'배우 안성기가 세상을 떠난 가운데, 장남 안다빈 씨가 유족을 대표해 감사 인사와 함께 부친이 생전 남긴 편지를 공개하며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전국 각지에서 이어진 추모 속에, 고인의 삶과 인품이 다시 한 번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안다빈 씨는 지난 5일 자신의 SNS에 흰 국화 사진과 함께 “따뜻한 위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는 짧은 글을 남겼다. 앞서 그는 영화 그 섬에 가고 싶다의 사진집 일부도 공유해 눈길을 끌었다. 해당 작품은 안성기가 주연을 맡고, 안다빈 씨가 아역으로 출연해 부자가 함께 호흡을 맞춘 영화로, 부친이 위중하던 시기에 과거의 시간을 떠올린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거행된 장례 미사와 영화인 영결식에서는 고인의 마지막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 수장 정우성이 영정을, 이정재가 훈장을 들고 입장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안다빈 씨는 유족 대표로 단상에 섰다.
안 씨는 “아침 바쁜 시간에도 참석해 주시고 배웅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가족을 대표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아버지는 하늘에서도 영화인의 직업 정신을 이어가실 것이라 믿는다”고 인사했다. 이어 그는 부친의 서재를 정리하다 발견한 한 통의 편지를 꺼내 들었다. 안씨는 “어렸을 때부터 신성한 공간이라 여겼던 아버지의 서재에 들어가 정리하던 중, 다섯 살 때 아버지가 제게 써주신 편지를 발견했다”며 “제게 주신 편지이지만, 우리 모두에게 남긴 말씀 같아 읽어드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편지 속 안성기는 갓 태어난 아들을 처음 안았던 순간을 떠올리며 “아빠를 꼭 빼닮은, 주먹보다도 작은 얼굴을 보며 눈물이 글썽거렸다”고 적었다. 이어 “항상 겸손하고 정직하며, 남을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거라”고 당부했다. 또 “자신의 일에는 최선을 다하고, 시간을 지킬 줄 알며, 실패와 슬픔도 마음의 평화로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고 썼다.
특히 “남자는 야망과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자신을 잃지 말고 끝없이 도전해 보아라”라며 “동생 필립이 있다는 사실을 항상 기쁘게 생각하고, 동생을 위해 기도할 줄 아는 형이 되거라”고 전했다. 편지의 마지막 문장은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내 아들 다빈아, 이 세상에서 참으로 바꿀 수 없이 필요한 것은 바로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라는 문장. 그가 왜 인품이 빛난 명품배우였는지 보여준다.
170편이 넘는 작품, 69년에 이르는 연기 인생. 그러나 사람들이 가장 오래 기억하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태도다. 늘 한 발 물러서던 겸손, 후배를 먼저 살피던 배려, 연기를 대하는 성실함.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과 해외 언론까지 고인을 ‘시대를 관통한 문화예술인의 표상’으로 추모하는 이유다.
연기와 나눔, 신앙과 책임을 함께 실천해 온 ‘국민 배우’ 안성기. 그가 아들에게 남긴 “착한 사람이 되거라”라는 말은, 이제 우리 모두에게 남겨진 마지막 유산이 됐다.
안성기는 지난 5일 오전 9시,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향년 74세. 2019년 혈액암 진단 이후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재발로 투병하던 중, 지난달 30일 자택에서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 쓰러진 뒤 6일 만에 눈을 감았다. 장지는 경기도 양평 별그리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