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에 매달린 수박이 360도 돌려차기에 산산조각 나고, 60㎏짜리 샌드백은 발차기 한 번에 속절없이 출렁인다.
키 180㎝, 몸무게 70㎏의 날렵한 ‘무림고수’는 사람이 아니다.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Unitree Robotics)가 최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H2’의 모습이다. 단순히 걷거나 물건을 집는 수준을 넘어 31개 관절을 정밀하게 제어해 공중 발차기와 돌려차기 등 고난도 동작을 구현하며 기술적 완성도를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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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에도 ‘中 스피드’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에서도 중국 특유의 ‘차이나 스피드’가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정부가 먼저 산업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뒷받침할 정책과 재정을 집중 투입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키워왔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2025년을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원년’으로 규정했다. 동시에 중장기 산업 전략 수립과 함께 대형 투자펀드 조성, 세제 혜택 제공 등에 나섰다.
14억명이 넘는 중국의 거대한 내수 시장은 자율주행 등 신기술을 곧바로 시험하고 확산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이다. 로봇 기술 역시 이를 활용해 짧은 시간 안에 상용화로 연결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산업 현장에서 축적되는 방대한 노동·운영 데이터 역시 로봇 기술 고도화를 가속하는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상용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숫자로 보면 격차는 더욱 분명하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2030년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이 약 6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발표한 ‘휴머노이드 100’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모델을 공개한 전 세계 66개 기업 가운데 중국 기업은 61%(40곳)를 차지한 반면 한국은 단 한 곳에 그쳤다. 올해 미국에서 열린 세계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에서도 ‘로보틱스’ 분야로 참가한 중국기업은 149곳으로, 전체 로보틱스 참가 기업(598곳)의 25%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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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경쟁력’ 따져보려면
다만 이런 속도전과 실제 경쟁력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관건은 기술 시연이 아니라, 생산시설 등 현장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느냐란 뜻이다.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잭 재코우스키 총괄은 7일(현지시간) CES 2026에서 “비교의 초점은 퍼포먼스나 가격이 아니라 실제 수행 능력에 맞춰져야 한다”며 “로봇이 산업 현장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했다. 복잡한 조작 업무나 사람을 대체하는 역할을 맡기 위해서는 정밀한 제어 기술뿐 아니라 높은 신뢰도와 내구성, 하드웨어 완성도가 뒷받침돼야 한단 뜻이다.
오히려 난도는 일상으로 들어갈수록 높아진다. 무술 시연처럼 단발성 동작을 정확히 재현하는 것보다, 집 안에서 빨래를 개는 일 하나가 훨씬 복잡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빨래 개기는 단순한 손동작이 아니라, 옷의 종류와 상태를 구분하고, 주변 환경을 인식하며, 다음 행동을 연속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집집마다 다른 공간 구조와 물건 배치, 작업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박준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가정용 로봇은 집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작동해야 해 높은 수준의 자율성이 요구된다”며 “고도로 맞춤화된 응용 시나리오와 상황 대응 능력, 손의 높은 자유도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한국은 중국처럼 거대 내수시장에 일괄적으로 제도를 적용해 속도전을 펼치기 어려운 한국에선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피지컬 AI시대, 중국 로봇 산업의 성장과 시사점‘에서 “중국보다 생산량과 시장 규모는 제한적이지만, 반도체·정밀 장비·부품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제조 생태계는 한국의 강점”이라며 “로봇이 산업 현장에 실제로 쓰일 수 있도록 제도와 실증 환경을 정비해 수요 시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