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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대 동기' 44년 만에 손 잡다…김민석 만난 조국의 '반문교사'

중앙일보

2026.01.09 16:00 2026.01.10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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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국무총리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지난 5일 만남은 정치권에서 잔잔한 화제였다. 혁신당이 더불어민주당의 우당(友黨)이란 점을 고려하더라도, 총리와 소수 야당 대표의 별도 면담 자체가 이례적이어서다. 공개된 사진에서 두 사람은 나란히 선 채로 손을 꼭 잡고 있기도 했다.

김 총리와 조 대표의 면담은 오전 10시 30분부터 45분이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뤄졌다. 사후 보도자료에는 총리 소속 자문위원회인 사회대개혁위원회 구성과 활동에 관해 논의했다는 내용만 짤막하게 담겼지만, 두 사람은 이밖에 정치와 부동산 이슈에 관해서도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혁신당 고위 관계자는 “조 대표와 김 총리는 대학 시절부터 우정을 쌓아 온 사이”라며 “오래된 개인적 신뢰와 문재인 정부 국정 경험 등을 바탕으로 조 대표가 김 총리에게 여러 조언과 당부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왼쪽)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비공개 면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국무총리실

혁신당 등에 따르면, 조 대표는 사전에 협의된 공식 의제에 관한 대화를 맺은 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을 언급했다고 한다. 같은 날 오전 공개된 에너지경제신문·리얼미터 여론조사(지난해 12월 29일부터 공휴일 제외 4일간 전국 유권자 2025명 대상 무선 자동응답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0.9%포인트 오른 54.1%였다. 조 대표는 “문재인 정부 초기 지지율이 높았고 임기 마칠 때도 역대 최고(한국갤럽 45%)였지만,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니 모든 성과가 사라졌다”며 “지지율이 높으면 대통령에게 좋은 얘기만 하게 돼 있는데, 김 총리는 그러지 말고 잘 보좌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조 대표는 이어 “대통령이 아무리 잘한다고 하더라도 남은 임기 4년간 지지율이 유지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공과 과를 잘 복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힘만으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견인할 수 없는 순간이 온다”며 “나는 정당 대표이자 ‘레드팀’으로서 집권당이 하기 어려운 말을 할 테니, 혁신당이 제기하는 문제를 잘 살펴봐 달라. 넓고 크게 가자”는 취지로도 당부했다고 한다. 조 대표는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김민석 국무총리(왼쪽)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김 총리는 “당연히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실제 이날 면담에서 조 대표는 지난 4일 신년 기자회견 때 꺼낸 ▶고품질 공공임대주택 12만호 공급 ▶토지주택은행 설립 ▶신(新) 토지공개념 3법 입법 등 혁신당의 부동산 정책을 소개하며 “정부 차원에서 용산공원이나 서울공항 등을 공공임대주택 부지로 활용하는 문제에 대해 적극 검토해 달라. 민주당에서는 전혀 반응이 없다”고 하자, 김 총리는 “이미 내용을 알고 있다. 검토 중이니 추후 소통하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어쩌면 불편할 수 있었던 대화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오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두 사람의 오랜 인연이 있다. 김 총리(사회학)와 조 대표(법학)는 서울대 82학번 동기다. 김 총리는 총학생회장, 조 대표는 법대 학보사인 ‘피데스(FIDES)’ 편집장을 지냈다. 대학 시절 친분은 깊지 않았지만, 이후 꾸준히 교류하며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한다. 조 대표가 지난 8월 출소한 뒤 두 사람은 여러 채널로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사석에서는 서로 ‘김 총리’와 ‘조 대표’라고 부르면서도 반말과 경어를 섞어 쓴다고 한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은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김 총리는 일찍이 조 대표에게 정치 참여를 권유한 인물 중 한 명이다. 김 총리는 2012년 출간한 저서 『3승』에 조 대표에 관해 “정치와 학문의 경계선에 서 있지만, 대중의 눈으로 볼 때 사실상 정치 행위를 하고 있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경계선에 너무 오래 머물지 않고 보다 깊숙이 뛰어들 것을 권하고 싶다. 그래야 진정한 내공이 축적되기 때문”이라고 썼다. 김 총리는 이 책을 조 대표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대 교수였던 조 대표는 정계 입문 제안을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고 한다.

김 총리는 지난해 1월 민주당 의원 중에선 처음으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조 대표를 면회했다. 두 사람은 조 대표가 검찰 수사를 받던 2020년 1월에도 함께 식사하면서 서로를 위로·격려했다고 한다. 당시 원외 인사였던 김 총리는 민주연구원장에서 물러난 뒤 4·15 총선(서울 영등포을) 출마 채비를 하며 18년 만의 원내 복귀를 노리고 있었다. 혁신당 관계자는 “두 사람은 정치 성향에선 다소 차이가 있지만, 품격 있는 정치를 지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준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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