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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나포한 '유령선단', 한반도 주변서도 활개…최근 동해서 환적

중앙일보

2026.01.09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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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나포한 유조선 벨라1(마리네라)호. AFP=연합뉴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오가는 유조선을 잇달아 나포하면서 주목받는 '유령 선단'(ghost fleet)이 중국·러시아와 가까운 한반도 주변에서도 활개를 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선박 추적 서비스 '케이플러' 등의 자료를 분석해 유령 선단의 운영 실태를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령 선단은 국제 제재 대상인 국가의 석유 등을 밀거래할 때 이용되는 선박을 가리킨다. '암흑 선단'(dark fleet) 또는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으로도 불린다.

한반도 주변에서 가장 최근 포착된 유령 선단의 움직임은 이달 초 중국과 러시아의 선박 사이에 해상 거래가 이뤄졌을 때였다. 당시 중국 옌타이를 출발한 준통(Jun Tong)호는 서해를 거쳐 한반도와 제주도 사이 해협을 지나 동해로 향했다. 이후 북한과 러시아의 국경 근처에서 대기 중인 배와 접선해 석유 70만 배럴을 옮겨 실었다. 준통호에 원유를 넘겨준 배는 러시아의 카피탄 코스티체프(Kapitan Kostichev)호로, 지난 6일 러시아 사할린으로 돌아갔다.

선박 모니터링 웹사이트 '탱커 트랙커스'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유령 선단의 규모는 1470척이 넘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벌인 2022년 이후 서방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석유 수출 경로를 찾으면서 유령 선단의 규모는 급증했다. 유령 선단을 통해 거래된 석유는 지난해 약 37억 배럴로, 전세계 유통량의 6~7%를 차지했다고 케이플러는 집계했다.

유령 선단은 서방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위성항법장치(GPS) 좌표를 위조하고, 신호를 복제해 가짜 선박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선박명과 국적도 수시로 바꾼다. 국제 해사법상 모든 배는 특정 국가에 등록해 해당 국기를 달게 돼 있는데, 유령 선단은 국적과 선명을 바꾸면서 감시망을 피하는 것이다.

유령 선단으로 분류된 선박의 등록국에 실제 제재 대상인 러시아(194척)나 이란(98척)뿐 아니라 파나마(181척), 카메룬(116척), 시에라리온(97척), 코모로(64척) 등 아프리카·중남미 소국이 많은 이유다.

선주들은 이들 국가에 수수료를 내고 선박을 등록하고, 이들 국가는 더 낮은 등록 수수료나 느슨한 검사를 제시하며 '세일즈'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상적인 선박이 가입하는 보험이나 재보험이 없고, 선체 노후화에 따른 사고 위험이 상존한다고 WSJ은 지적했다.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를 전후해 유령 선단 나포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중국,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유령 선단을 통해 러시아·베네수엘라·이란의 석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중국을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석유를 수출하는 쪽을 자금 측면에서 압박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김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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