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다 보면 일반차로는 차량이 몰려 정체가 극심한데 광역버스와 고속·시외버스 등은 씽씽 내달리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게 됩니다. 이유는 바로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때문인데요.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에 따르면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가 국내에 첫선을 보인 건 1994년 7월 말입니다. 경부고속도 양재IC~신탄진IC(134㎞) 구간에서 시범운행에 나선 건데요. 당시는 17인승 이상 승합차, 즉 버스만 대상이었습니다.
이듬해 2월엔 해당 구간에서 연휴와 주말에 버스전용차로를 정식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는데요. 버스는 물론 9인승 이상에 6인 이상 승차한 다인승 차량으로 이용 차량이 확대됐습니다.
이렇게 버스전용차로를 도입한 건 1990년대 들어서면서 전국의 자동차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이로 인해 고속도로도 명절과 주말에 큰 혼잡을 빚는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인데요. 전용차로를 설치해 대중교통인 버스 이용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가 담긴 겁니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10월부터는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버스전용차로를 운영하게 됐는데요. 평일에는 양재IC~오산IC 구간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말과 공휴일에는 양재IC~신탄진IC 구간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로 확대된 겁니다.
2024년 6월부터는 평일 버스전용차로 구간이 오산IC에서 안성IC까지로 더 길어졌습니다. 사실상 경부고속도로가 시작하는 서울 한남대교 남단에서 양재IC 구간 역시 버스전용차로에 포함됩니다.
참고로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에서도 교통혼잡 완화와 대중교통 이용 증진 등의 목적으로 고속도로에서 버스전용차로와 유사한 ‘HOV 차로’ (다인승 전용차로, High Occupancy Vehicle Lane)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버스와 다인승 차량(2~3명 이상)만 달릴 수 있는 별도의 차로인 건데요. 우리나라와 차이가 나는 건 대부분 차량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첨두시간)에만 운영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모든 차량에 개방한다는 점입니다.
경부고속도로의 버스전용차로가 계속 늘어나는 건 그만큼 효과가 있기 때문인데요. 도공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24년 하반기 기준으로 버스전용차로 전 구간의 평균 통행속도는 시속 95㎞에 달합니다. 거의 막힘없이 달린다는 얘기인데요.
특히 오산IC~남사진위IC 구간은 운행 속도가 시행 전보다 14㎞나 늘었다고 합니다. 버스의 평균 통행속도가 증가했다는 건 그만큼 버스 승객의 통근시간이 줄었다는 의미가 되는데요. 실제로 안성~양재 구간의 버스 이용자의 평일 출퇴근 시간이 평균 33분 단축됐다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이러한 효과 덕분에 버스전용차로는 2018년 2월에 영동고속도로까지 확대됐는데요. 신갈분기점~여주분기점 사이 41㎞ 구간에서 주말과 공휴일, 연휴 때 시행하게 된 겁니다.
하지만 버스전용차로로 인해 일반차로의 정체가 가중되면서 승용차 운전자 등의 불만이 커진 데다 버스 운행량과 효과가 예상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인해 2021년 2월 말에 구간이 신갈분기점~호법분기점(27㎞)으로 대폭 축소됩니다. 또 2024년 6월엔 역시 버스 통행량이 적다는 이유로 논란 끝에 아예 폐지됐는데요.
최근 버스업계가 다시 경부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확대와 영동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복원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경부고속도로는 평일 운영구간을 천안분기점까지 연장하고, 운영 시작 시각도 오전 7시에서 오전 6시로 앞당겨 달라는 겁니다.
또 교통량이 많은 금요일은 주말 체계(양재IC~신탄진IC)로 넣고, 영동고속도로는 최초 도입 때처럼 신갈분기점~여주분기점 구간에 다시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하라는 요구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