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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후 가격 더 뛰었다…조선시대 때도 한양 '집값 불패'

중앙일보

2026.01.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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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남산 전망대를 찾은 시민들이 아파트가 빼곡한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서울에서 분양한 민간아파트 84㎡(전용면적 기준)의 평균 분양가가 처음으로 19억원을 돌파했다. 현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도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조선 시대 서울(한양) 집값은 어땠을까. 상류층인 사대부의 기와집 가격은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9일 서울역사박물관 송철호 학예사의 ‘조선후기 한성부 가옥매매의 양상과 매매가격 변동’ 논문을 보면, 당시 회화정동 내 사대부 가옥의 집값 변화를 엿볼 수 있다. 회화정동은 현재 종로구 공평동이다.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이다. 조선 시대 땐 주변에 궁가(宮家·왕실 가족이 살던 집)인 수진궁을 비롯해 왕이 타는 말 등을 관리하는 사복시, 수사기관인 의금부 등 관청이 있었다. 시장도 발달했다. 요즘으로 따지면 직장·주거 근접에 편의시설까지 갖춘 입지다.
한양 회화정동 위치도. 사진 서울역사박물관

연구가 이뤄진 사대부 기와집은 21칸짜리로 왕실 후손이 살던 곳이다. 한 칸은 6~6.2㎡다. 21칸이면 130㎡(40평·건물기준)쯤 된다. 조선 시대에는 3품 이하 관원의 기와집을 30칸 이내로 제한하는 규제가 있었다.

해당 기와집은 1724년(영조)부터 1893년(고종)까지 19차례 매매가 이뤄졌다. 초기에는 은자 300냥 선에서 거래가 이뤄지다 1792년 9번째 거래 땐 가격이 은자 400냥으로 뛰었다. 이후 1801년 10번째 거래에서는 은자 550냥으로 또 올랐다. 흥미로운 건 해당 거래 전 기와집이 24칸으로 ‘확장’됐다는 점이다. 요즘처럼 리모델링 확장 후 가격이 오른 셈이다.

1820년 12번째 거래부터는 은자 대신 전문(상평통보 또는 엽전)으로 매매대금이 치러졌다. 전문 1500냥이던 집값이 1800냥(1845년)→4300냥(1864년)으로 치솟았다. 2배 이상 뛰었는데 기록을 보면 가옥 규모가 40칸으로 늘었다. 한양 집값 ‘불패’는 이어졌다. 18번째 거래(1872년)에는 기와집 일부가 매매돼 40칸에서 27.5칸 줄어들었지만, 집값은 전문 3900냥으로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1976년 서울 종로구 가회동 기와집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서울기록원

3900냥으로 회화정동 기와집을 산 이는 ‘집테크’에 성공했다. 마지막 거래인 1893년 때 가격이 무려 2만8000냥까지 폭등하면서다. 21년 만에 무려 7배의 시세차익을 얻은 셈이다. 송철호 학예사는 “회화정동 사대부 가옥은 19세기 한성부 가옥의 장기적 가격 상승 추세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러한 가격 상승은 개항 이후 도시화 및 근대화에서 나타난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 시대 한때 발행했던 당백전도 집값 폭등을 부추겼다고 한다. 통화량 급증으로 화폐가치를 떨어뜨려 물가를 상승시켰다. 동시에 실물 자산 선호심리를 키웠는데 특히 한양 사대문 안 기와는 인기가 많았다.
지난해말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시가총액이 1832조 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6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시가총액은 1832조 3154억 1800만 원으로 1년 전보다 207조 9137억 9600만 원(12.8%) 늘었다. 뉴스1

조선 시대에도 집값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발령 등으로 한양으로 돌아온 관리들이 집세가 비싸 조정에 하소연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녹봉 상승률보다 훨씬 크다 보니 집을 팔고 한양 사대문을 벗어나면 다시 사대문 안에 집을 사는 건 어려웠다고 한다.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해도 잡히지 않는 한양 집값은 지금의 서울 집값과 다르지 않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순 추가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한다.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다.



김민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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