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가족과 함께 도쿄에 방문한 켈빈 영. 영 부부에게는 5세와 2세, 두 딸이 있었지만 이들은 도쿄의 고급 스시(초밥) 레스토랑을 방문해 식사를 하는 등 약 4시간 동안 프라이빗하고 로맨틱한 데이트를 즐겼다. 그 시간 딸들은 호텔에서 영어가 가능한 베이비시터와 함께 공예 작품을 만들며 놀고 있었다.
교도통신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일본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외국어 베이비시팅 서비스가 확산하고 있다. 어린 자녀를 키우면서도 일본 문화 체험을 즐기고자 하는 부유층 가족이 주 고객이다. 아이를 동반하면 이용이 어려운 고급 레스토랑, 야간 일정 등을 즐기려는 부유층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한다고 한다.
가격은 3시간에 약 5만 4000엔(약 50만원)이다. 1시간에 약 1만 8000엔(약 16만원)인 셈이다.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아이를 동반한 부유층 관광객들의 수요가 꾸준하다고 한다. 일본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약 3680만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4세 이하가 약 69만명이었다.
일본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에서 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업체인 ‘신크’는 호텔 내 베이비시팅부터 산책, 사찰 명상 체험, 일본 현지 어린이집 방문 등 다양한 활동을 제공한다. 덕분에 이 업체는 지난해 가마쿠라에서만 50건 이상의 예약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업체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을 확충, 현재 영어가 가능한 국가자격 보육사 9명과 간호사 1명을 고용 중이다.
이런 분위기에 힘 입어 일본 전역에서 비슷한 서비스가 확산하고 있다. 도쿄에 본사를 둔 대형 보육업체인 ‘팝핀즈’도 지난해부터 외국어가 가능한 베이비시터 채용을 강화하고 있으며, 나고야에 위치한 5성급 호텔인 나고야 메리어트 아소시아 호텔도 최근 투숙객이 온라인으로 베이비시팅 서비스를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오버 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일본 전역에서 관광 전략 변화를 추구하는 시도로 보인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은 2023~2025년 중기(3개년) 공식 전략 문서에서 ‘고부가가치 여행객’ 유치를 핵심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방문객의 단순 증가보다는 소비를 많이 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여행객을 유치하는 것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해외 여행 업계에도 관련 프로모션 강화 등 구체적인 대응책 수립을 촉구했다. 고부가가치 여행객이란 단일 여행에서의 총 소비액이 100만엔(약 924만원) 이상인 이들을 말한다.
EY어니스트앤영 일본법인은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일본이 급격한 관광수요 증가로 오버 투어리즘 문제에 직면하면서 양보다 질 추구하는 관광 전략을 중시하게 됐다”고 짚었다. 이어 “고부가가치 여행객들은 상품 소비보다는 경험을 더 중시하고, 과시적인 사치보다는 진정성 있고 본질적인 경험에 초점을 맞춘 ‘조용한 사치’를 추구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