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2년차 신년 벽두부터 폭주하고 있다.
명목은 '법집행'이라지만 경호 요원과 민간인 등 100명(베네수엘라 발표 기준)을 살해해가며 일국의 정상을 압송해 국제법 위반 논란을 야기하더니 8일 보도된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는 아예 "내겐 국제법이 필요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적 사안에 행사할 수 있는 권한에 제한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자신의 도덕성만이 자신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제3국(덴마크) 영토인 그린란드를 차지하겠다는 야심은 그가 말한 '도덕성'의 거름종이를 통과했다는 얘기가 되는 듯싶다.
숱한 논란 속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4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이유를 생각하면서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감정 이입을 시도해 볼 때면 생각나는 영화 캐릭터가 있다.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배우 마동석이 연기한 형사 '마석도'다.
인간성을 상실한 범죄자들을 우직한 주먹으로 응징하는 마석도에 영화 팬들이 열광하는 것은 그가 신속하고 화끈하게 정의를 구현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리라.
범죄자를 체포·기소해 법정에 세우고, 수년간 재판을 하는 등의 '긴 절차'가 범죄자에 대한 충분한 응징을 못한다고 여겨지는 한국 사회에서 마석도식 정의는 거칠지만 빠르고 속시원하다.
그런 마석도가 피의자를 '진실의방'으로 데려가서 폭력적 방법으로 진술을 받아내는 장면을 보면서 '형사소송법 위반'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트럼프 지지자들도 그런 마음 아닐까 싶다. 실제조차 모호한 국제법은 "필요없다"며 일축하고, '나쁜놈'으로 간주하는 사람은 그가 외국 정상의 자리에 있더라도 붙잡아와 단 이틀만에 법정에 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을 보는 지지자들 마음은 한국 영화 팬들이 '마석도'를 보는 심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마석도는 '판타지'이고, 트럼프는 '현실'이다.
트럼프 지지자 사이에서 미국 대통령에게 응당 요구해야 할 법·절차 준수, 공정성과 형평성 등의 기준은 점점 흐려지는 듯하다.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발언, 최근 미네소타 이민단속 요원에 의한 총격 사망 사건에 대한 사실과 다른 트럼프의 SNS 글 등에 대한 언론 보도 양태나 대중의 문제제기 정도를 보면 미국사회가 점점 트럼프에 '적응'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폭주하는 트럼프에 대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회초리'를 들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 전에 따져야 할 것은 '정부의 실패'라고 본다. '점잖은' 정부가 특정 문제에서 어이없는 무능함과 느린 대응을 보일 때 유권자들은 다음 지도자에게 법과 제도의 족쇄를 때로 벗어 던질 수 있는 '과감함'을 허용하는 것 아닐까 싶어서다.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마석도는 선량한 시민들을 위협하는 일당을 맨주먹으로 응징했음에도 다른 경찰들에 의해 경찰서로 동행할 것을 요구받는 것으로 나온다. 이런 '부조리'는 마석도가 운용하는 '진실의방' 정도는 관객들이 웃어넘기게 만드는 장치가 된다.
미국의 현실로 시선을 돌려 예를 하나 들자면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대책없는 국경정책'은 트럼프 행정부 이민단속 당국의 강경 일변도 및 성과주의 단속에 대한 국민적 경계심을 늦추게 했다고 본다.
불법이민자를 일괄적으로 흉악범 취급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사는 과도하지만 흉악범을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바이든 정부 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정황은 트럼프 재집권에 요인이 됐고, 현재의 초강경 이민단속이 논란 속에서도 유지될 수 있는 동력이 되고 있다.
결국 정부의 '문제 해결 능력'과, 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막는 법과 제도의 불편함을 감내하는 시민의식은 제도적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무형의 두 버팀목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