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10일 새벽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막 ‘대통령 당선인’이 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예비 영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제안했다. (이하 경칭 생략)
김건희는 즉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런저런 논란과 ‘사고’ 때문에 대선 기간 내내 어둠 속에 숨어있던 그였다. 이제 양지로 나가도 될까? 한참을 고민하던 그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
윤석열은 결국 첫 번째 당선사례를 부인 없이 혼자 해야 했다. 하지만 김건희도 영부인이 된 소회와 각오를 밝히지 않은 건 아니었다.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서다.
" 해외에서는 대통령 배우자가 직업을 유지하거나 정치적 메시지를 내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선인이 국정에만 전념하시도록 내조하겠습니다. "
2021년 12월 15일 허위이력 논란 당시 공개 사과를 통해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밝힌 것과 같은 결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건 말뿐인 다짐이었다. 김건희에게 ‘내조형 영부인’에 머물 생각이 없음이 확인되는 데 오랜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윤석열·김건희 공동정권’의 외양을 띠고 있었다는 건 이제 더는 은밀한 입길의 대상이 아니다. 특별검사팀 수사와 윤석열 정부 핵심 인사들의 잇따른 폭로를 통해 김건희가 인사 개입 등 막전막후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편에서 대선 및 인수위원회 시절 김건희의 부적절한 행보들을 다룬 취재팀은 ‘실록 윤석열 시대 2’에서 영부인이 된 이후 본격화한 ‘공동 집권자’로서의 행보와 면모를 소개할 예정이다. 정권 초기의 김 여사 위세를 생생하게 보여줄 하나의 비화를 소개하면서 그 작업을 시작해보겠다.
“그것도 모르세요?”...충격적인 ‘여사 라인’의 질타
황당했다. 또한 당혹스러웠다. A가 새 정부에 동참한 건 그 대의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는 합리적 보수의 기치를 내건 윤석열에 투신했고, 윤석열은 그를 중용하는 것으로 보답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제 곧 나라가 ‘정상화’하고 새로운 성장의 토대가 다져질 것 같았다.
그런데 이게 뭔가. A는 방금 당한 일 때문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 상태였다.
일이 벌어진 건 그로부터 얼마 전, 목전에 도래한 큰 사안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제출한 이후였다.
" 여보세요? "
A가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 아, 접니다. "
송신자는 이른바 ‘여사 라인’으로 불리던 B였다. 대통령실 참모 직책을 갖고 있었지만, 실상은 김건희의 일을 봐주던 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