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리암 로세니어(42) 감독은 첼시를 바꾸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급하게 바꾸지 않기로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그의 첼시 데뷔전에서 분명한 메시지로 드러났다.
영국 'BBC'는 11일(한국시간) 첼시 FC의 새 사령탑 리암 로세니어 감독이 FA컵 3라운드 찰턴 애슬레틱전(5-1 승)을 앞두고 "전술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다"라고 밝힌 배경을 조명했다. 이는 로세니어 체제의 방향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로세니어 감독은 사전 인터뷰에서 "이 팀은 5개월 전 클럽 월드컵을 우승했고, 지난 시즌엔 컨퍼런스리그도 들어 올렸다. 우리는 좋은 팀"이라며 "선수들은 이미 잘 코칭돼 있었다. 그건 숨길 필요도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임 사령탑 엔초 마레스카의 작업을 부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실제로 첼시는 찰턴전에서 마레스카 시절과 동일한 4-2-3-1 포메이션으로 출발했다. 빌드업 구조 역시 로세니어 감독이 스트라스부르에서 사용하던 3-2-2-3 형태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을 뿐, 급격한 변화는 없었다. 다중 구단 모델 아래에서 철학을 공유해온 흐름의 연장선이었다.
다만, 로세니어 감독이 손댄 지점은 분명했다. 전술판이 아니라 '태도'였다. 그는 "가장 크게 강조한 건 실점이나 위기 상황에서의 반응, 그리고 강도였다. 오늘 선수들의 투지와 응집력, 기본적인 경합과 헤더 싸움에서의 자세가 만족스러웠다"라고 설명했다.
첼시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리드를 잡고도 15점을 날리며 흔들려 왔다. 찰턴전에서도 세트피스 수비 불안은 반복됐다. 마일스 리번에게 한 골을 내준 장면이 대표적이다. 로세니어 감독은 "롱 스로인, 측면 프리킥, 코너킥 수비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이 역시 축구의 기본"이라며 과제를 분명히 했다.
결과적으로 5-1 대승은 스코어만 놓고 보면 여유로웠다. 하지만 내용은 벤치 자원이 갈랐다. 후반 투입된 리암 델랍, 페드루 네투, 엔소 페르난데스, 이스테방 윌리안이 연달아 찰턴의 체력을 무너뜨리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가장 돋보인 선수는 수비수 조렐 하토였다. 19세의 하토는 선제골을 터뜨렸을 뿐 아니라, 공격 시에는 중원으로 파고드는 '인버티드 풀백' 역할을 수행했다. 로세니어 감독은 "풀럼전에서 그의 경기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오늘은 그 이상이었다. 득점뿐 아니라 수비적인 부분도 훌륭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긍정적인 요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콜 파머, 리스 제임스, 말로 구스토가 부상 여파로 결장했다. 그리고 경기 내내 이어진 구단 운영진을 향한 팬들의 항의는 로세니어 감독이 앞으로 감당해야 할 또 하나의 현실이다.
첼시는 곧바로 더 큰 시험대에 오른다. 아스날과의 카라바오컵 준결승, 이후 프리미어리그 강호들과의 연속 맞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전 첼시 윙어 팻 네빈은 "로세니어는 결국 아스날,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같은 팀들을 상대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로세니어 감독은 팬들의 '공격하라'는 야유에도 담담했다. 그는 "지금은 이 팀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끌어내는 데만 집중하겠다. 내가 할 일에 집중하면, 사람들이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을 이해해줄 거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