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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액만 75억…"구치소인데 공사 좀" 이 전화 알고보니

중앙일보

2026.01.10 20:51 2026.01.11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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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찰이 해운대구 반여동 화훼단지를 방문해 공공기관 사칭 사기 방지를 위해 제작한 소책자를 나눠주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창원구치소인데, 주방 공사를 해야 합니다. 방문해서 견적을 내주세요.”
부산에서 시설 설치ㆍ철거업을 하는 6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10일 경남에 있는 창원구치소 측으로부터 이런 연락을 받았다. 시설 관리를 맡는 구치소 총무과 직원의 명함도 문자 메시지로 A씨 휴대전화에 전송됐다.

방문을 약속한 하루 전날 A씨는 이 직원에게 “B사에서 소독기를 구매해 내일 방문 때 함께 납품해줄 수 있겠느냐”는 부탁을 받았다. 업력이 20년 넘은 A씨는 석연치 않은 생각도 들었지만, 잘 풀리면 관공서와 안정적인 거래망을 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총무과 담당 직원 명함을 받아뒀고, 꼼꼼히 확인한 B사 사업자등록증에도 문제가 없었다. B사와 접촉한 A씨는 구치소 앞에서 만나 물건을 인계받기로 약속하며 1425만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모든 게 거짓이었다. 명함은 위조된 것이고, B사 역시 상대방을 속이기 위해 만든 유령업체였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처음 연락 왔던 사람이 견적과 계약, 작업 진행 방식 등 이쪽 업계 상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명함뿐 아니라 이런 점 때문에 진짜 구치소 계약 담당자라고 믿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부산서만 하루 1.1건, 피해액 75억

부산경찰청은 최근 이 같은 공공기관 사칭 사기 피해 사례를 수록한 소책자 5만부를 제작해 지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배포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 집계를 보면 지난해 부산에서만 이런 사기 피해가 401건, 피해액은 75원으로 파악됐다.
부산경찰청이 제작한 공공기관 사칭 사기 예방 소책자 내용 일부. 사진 부산경찰청

비슷한 유형의 사기 피해가 1년간 하루 1건 넘게(1.1건) 이어진 셈이다.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이 “이대론 안 되겠다”며 ▷공공기관 사칭 ▷정상 물품 주문 ▷다른 물건 대리 구매 요청과 입금 유도로 이어지는 이들 사건의 ‘시나리오’와 실제 사례를 담아 책자를 만든 이유다.



“공문ㆍ명함 의심… 곧장 112 신고도 좋다”

지난달엔 위조한 부산 금정구청장 직인으로 공문을 만들고, ‘물건을 구매하겠다’며 이 공문을 업체 측에 보내 800만원을 가로채려 한 사기 행각도 적발됐다. 직인은 물론 지자체 마크와 서식도 외부인으로선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 공문이다.

금정구 공무원을 사칭한 범인은 A씨 사건과 마찬가지로 처음엔 ‘수납장을 사겠다’며 공문과 함께 접근했고, 이후엔 ‘조달청을 통하면 물건값이 비싸진다’며 식기세척기 대리 구매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 사기 시도는 공문을 받은 업체가 금정구에 확인 전화를 걸면서 들통났다.

최근 위조한 구청장 직인으로 허위 공무을 보내 사기를 시도한 범행이 적발되자 부산 금정구가 주의를 당부하며 위조 공문을 공개했다. 사진 부산금정구
부산경찰이 배포하는 소책자 또한 ‘비대면일 경우 명함ㆍ공문 등이 진짜처럼 보여도 가짜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해당 기관에 확인할 것’을 강조한다. 이처럼 의심되는 연락을 받으면 곧장 112에 신고해도 좋다고 안내했다. 최근 부산엔 해양수산부가 이전했고, 오는 6월 동시지방선거가 예정돼있는 만큼 이런 기관이나 정당ㆍ선거운동원 등 사칭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경찰은 당부했다.

업체는 물론 공공기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정태운 부산경찰청 수사2계장은 “범행은 주로 영세업체를 겨냥해서 이뤄졌는데, 점점 중소기업까지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며 “기관 입장에선 ‘사칭 당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부산시와 교육청 등 주요 공공기관을 방문해 심각성을 설명하고, 납품업체가 볼 수 있는 기관 입찰 사이트 등에 소책자 내용과 주의점을 공지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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