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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국경침범 설명해야"...'정찰전' 군불때는 김정은, 뭘 노리나

중앙일보

2026.01.10 22:37 2026.01.10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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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노동신문, 뉴스1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무인기 침투 사건'과 관련해 행위자가 누구든 '국경 침범'에 대한 설명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11일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론' 기조에 따라 이재명 정부의 대북 유화 조치를 '기만'으로 몰아세우는 동시에 추후 자신들의 대응을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연초부터 기민하고 거친 반응을 내놓는 건 그만큼 한국과 중국의 밀착 구도가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韓국방부 입장 현명하지만…구체적 설명해야"

김여정은 이날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나 개인적으로는 한국 국방부가 우리에게 도발하거나 자극할 의도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그나마 연명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한국 영역으로부터 우리 공화국의 남부 국경을 침범한 무인기 실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책임을 제기하기도 했다.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지난해 9월과 이달 4일 한국이 자신들의 영공에 무인기를 침투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이 추락시킨 무인기 잔해와 부착된 촬영 장치, 무인기가 촬영한 이미지라며 사진 20여 장도 공개했다.



반면 국방부는 당일 이런 북한의 주장에 대해 해당 일자에 무인기를 운용한 사실이 없으며 민간 무인기일 가능성을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민간이 무인기를 운용했을 가능성에 대해 "사실이라면 한반도 평화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이므로 군경 합동 수사팀을 구성해 신속 엄정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

노동신문은 10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게재하며 "지난해 9월 27일 11시 15분경 한국의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일대에서 이륙한 적무인기는 우리측 지역 황해북도 평산군일대 상공에까지 침입하였다가 개성시 상공을 거쳐 귀환하던 중 아군 제2군단 특수군사기술수단의 전자공격에 의하여 14시 25분경 개성시 장풍군 사시리 지역의 논에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뉴스1
북한이 연초부터 무인기 카드를 공세적으로 꺼내든 건 기본적으로 이재명 정부의 대북 화해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여기에 한·중 관계 개선이 북·중이나 북·미 관계에 미칠 영향도 예민하게 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통령은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한반도 문제에서 '중재' 역할을 요청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무인기 사건을 '적대적 두 국가' 이슈와 연동된 매우 심각하고 전략적인 사안으로 다루고 있음을 의도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책임을 부각해 대북 유화정책과 외교적 차원의 평화 메시지를 견제하려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국이란 불량배, 쓰레기 집단"

김여정은 한국에 대한 적대적 인식도 재차 드러냈다. "이번 한국발 무인기 침범 사건은 또다시 우리로 하여금 한국이라는 불량배, 쓰레기 집단에 대한 더욱 명백한 표상을 굳히는 데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고 말하면서다. 그는 또 "윤가가 저질렀든 이가가 저질렀든 우리에게 있어서는 꼭같이 한국이 공화국의 신성불가침 주권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라고도 했다.

2026년 1월 10일자 노동신문 2면에는 북측 지역에 추락한 무인기 사진과 무인기에 설치된 촬영 및 각종 장치들의 사진, 북한 상공에서 촬영된 자료와 기록된 비행 이력 등이 실렸다. 노동신문, 뉴스1
김여정의 이런 발언에는 기본적으로 이재명 정부를 길들이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여정이 국방부의 입장에 대해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하면서도 "민간단체나 개인의 소행이라 해도 국가안보의 주체라고 하는 당국이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압박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겉으로는 한국 국방부의 입장을 인정하는 듯한 평가 형식을 취하면서도 자신들의 주도권을 부각하는 모습"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 방치책을 마련하라는 요구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이날 국가안보실 명의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북측에 대한 도발이나 자극 의도가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라며 "이번 무인기 사안에 대해 군의 1차 조사에 이어 군경 합동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결과를 신속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실무조정회의를 긴급 소집한 데 이어 이날도 국가안보실 주재로 관계 부처 회의를 열었다.

노동신문이 10일 공개한 한국 무인기에 기록된 이전 개성공업지구와 개성역일대를 촬영한 자료. 노동신문, 뉴스1


"발뺌 시 수많은 비행물체 목격할 것"

김여정은 '민간 단체의 소행'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도 "군사용이든 민간용이든 우리가 관심하는 내용이 아니다"라며 "명백한 것은 한국발 무인기가 우리 국가의 영공을 침범하였다는 사실 그 자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간 소행으로 발뺌하려 한다면 공화국 영내에서 민간단체들이 날리는 수많은 비행물체들의 출현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자신들도 '민간'을 앞세워 무인기 등을 남측으로 보내 과거 '오물 풍선 사태'와 같은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음을 위협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실제로 군 당국은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는 민간에서 보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해당 무인기의 사진을 보면 민간에서 취미나 상용·산업용으로 운용하는 것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노동신문이 10일 공개한 지난해 9월 추락한 무인기의 비행 경로. 노동신문, 뉴스1
임을출 교수는 "자신들이 감행할 도발을 정당화하기 위한 논리적 근거를 축적하는 모습"이라며 "오물 풍선을 넘어 무인기 기술을 결합한 더 진화된 '회색지대(Grey Zone) 도발'로의 이행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찰전' 띄우는 北…"적개심 고취·내부 결속에 활용"

북한은 이번 무인기 침투 사건을 자신들의 중요 대상물을 감시·관측하는 일종의 '정찰전'으로 규정하면서 공세의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실제로 김여정도 "무인기에 기록된 촬영자료들이 우라늄 광산과 침전지, 이전 개성공업지구와 국경 초소들이라는 사실과 비행계획·비행이력은 어떻게 설명하겠는가"라고 따지며 정찰 목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총참모부 대변인은 전날 "영상 자료들은 무인기가 우리 지역에 대한 감시 정찰을 목적으로 공화국 영공에 침입하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뚜렷한 증거"라며 김여정과 비슷한 인식을 드러냈다. 이는 북한이 이번 사건을 대남 도발 명분과 적대적 두 국가론 강화에 활용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홍민 연구위원은 "한국이 자신들의 핵 관련 시설까지 정탐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함으로써 자신들의 핵 보유 정당성과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는 내부 결속용 기제로 활용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정영교.윤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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