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가 정해지면서 각 대학이 등록금 조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사립대의 약 70%가 등록금을 인상한 데 이어, 정부가 등록금 동결·인하 대학에 지원해온 국가장학금 Ⅱ유형 폐지를 예고하면서 올해도 인상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2년 연속 인상에 대한 학생 반발과 학생 모집난을 겪는 지역 사립대의 부담을 고려하면 대학들이 쉽게 결정을 내리긴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11일 대학가에 따르면 각 대학은 지난달 말부터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열고 등록금 인상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31일 각 대학에 2026학년도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를 통보했다. 인상 상한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2배인 3.19%다. 지난해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인상 한도는 종전보다 낮아졌다.
서울 소재 사립대들은 학부생 등록금 인상 폭을 잇따라 제시하고 있다. 국민대는 지난달 24일 열린 등심위에서 학부생 등록금 3.2% 인상안을 제시했다. 서강대도 지난달 29일 학부 등록금을 3.2% 인상해야 한다는 학교 측 의견이 나왔다. 경희대도 지난달 19일 등심위에서 학생위원의 질의에 대해 학교 측이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한양대·중앙대 등도 이번주 등심위를 열 예정이다.
인상안이 구체화된 학교를 중심으로 학생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학생들은 지난해 등록금 인상에도 불구, 교육 환경 개선 등의 효과가 체감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서강대 등심위에 참여한 한 학생대표는 “법인이 구체적인 재정 확충 계획 없이 등록금 인상부터 논의하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는다”며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인상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등심위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과 대학원생 등록금은 비교적 먼저 의결됐지만, 학부생 등록금은 작년과 분위기가 다르다”고 전했다.
전국총학생회협의회는 정부의 국가장학금 Ⅱ유형 폐지 방침에 대해 재검토하라고 요구 중이다. 이들은 “제도 개편 과정에서 학생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며 “대학 재정난의 부담이 학생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올리지도, 그대로 있지도 못해” 모집난 지역 사립대 한숨
지역 사립대의 고민은 더 깊다. 학령 인구 감소로 학생 모집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학생들의 이탈을 부를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지역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등록금을 올리지 않기도, 올리기도 모두 부담”이라며 “대학 여건을 고려하면 인상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립대 교수는 “물가인상률 수준 인상(3%)으론 학교의 경쟁력을 높여서 떠나가려는 학생을 잡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사립대들은 정부의 등록금 규제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립대총장협의회(사총협)는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를 제한한 고등교육법 조항에 대해 이달 말 위헌소송을 준비 중이다. 황인성 사총협 사무처장은 “물가상승률 수준의 인상으로는 현상 유지에 그칠 뿐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다만 사총협은 등록금 인상 논의를 대학과 학생 간의 갈등 구도로 보는 데에는 선을 긋고 있다. 등록금 문제를 대학 책임으로만 환원할 경우 고등교육 재정 구조 개선 논의가 가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사총협은 대학생 단체와 등록금과 고등교육 재정을 주제로 한 대담도 제안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위헌소송 움직임이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 투자를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헌법소원 제기 자체보다 고등교육 재정 확대 필요성을 사회적으로 환기하려는 의미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대학들은 장기적으로 등록금에 의존하지 않는 재원 구조를 만들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개인의 대학 기부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등록금 인상 논쟁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산학협력 수익 확대나 평생교육·성인학습자 과정 활성화 등도 중장기적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