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도(3선·익산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이재명 정부 집권여당의 두 번째 원내 사령탑으로 선출됐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한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보궐선거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진선미 의원은 “개표 기록지를 확인한 결과 기호 1번 한 후보가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됐다”고 말했다.
김병기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치러진 이번 보궐선거에는 한병도·진성준·박정·백혜련 의원(이상 3선, 기호 순)이 출마했다. 하지만 1차 투표(의원 투표 80%, 권리당원 투표 20%)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한병도·백혜련 의원이 결선투표를 치른 끝에 결국 한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새 원내대표의 임기는 5월 중순까지 약 4개월이지만, 한 원내대표는 “다음에 출마하지 않을 테니 지지해 달라는 건 맞지 않다”(지난 8일 합동토론회)며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한 원내대표는 당선 수락 연설을 통해 “이번 원내대표에게 허락된 시간은 짧지만 주어진 책임은 그 무엇보다 크고 무겁다”며 “일련의 혼란을 신속하게 수습하고 내란 종식, 검찰개혁, 사법개혁, 민생 개선에 시급히 나서겠다. 국정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민생을 빠르게 개선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천 헌금 의혹 등 혼란을 조기 수습하고 입법 속도전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야당을 향해서는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열린 자세로 대화와 타협에 나서겠다”면서도 “내란 옹호, 민생의 발목을 잡는 정쟁은 단호히 끊어내겠다”고 선언했다.
전북 익산 출신인 한 원내대표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당선(전북 익산갑)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재선 실패 후 문재인 청와대에서 정무비서관·정무수석으로 일해 한때 친문계로 분류됐다. 2020년 21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재입성한 한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전략기획위원장(2023~2024년)을 맡아 친명계에도 발을 걸쳤다. 지난 대선에선 이재명 캠프의 국민참여본부장을 맡았다.
이 같은 복합적인 이력 탓에 민주당 내부에선 한 원내대표가 친명계는 물론 구(舊)친문계의 폭넓은 지지를 받아 당선됐을 것이란 해석이 적지 않다. 수도권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경선 캠프의 핵심을 이뤘던 인사들이 대거 한 의원 쪽에 서면서 의원들에게 청와대와 통한다는 인식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한 의원은 정청래 대표와도 가까운 사이다. 대표와 반목하거나 갈등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한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당·청 관계가 제일 중요한 시점이다. 소통에 능하고 당·청 관계를 가장 잘 아는 원내대표를 뽑은 것”이라고 했다.
한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강조하고 싶은 건 당·정·청 소통”이라며 “쟁점이 있을 때마다 원내대표단이 당·정·청과 항시 논의·토의해 결론을 내는 민주적인 시스템을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당·청 엇박자 논란에 대해선 “엇박자라기보단 현안을 바라보는 시각차 정도로 이해한다. 쟁점이 생기면 그것에 대한 당·정·청의 생각 차가 존재한다”며 “그조차도 발표 전 사전 절차·토론을 통해 최대한 이견이 없도록 발표하는 게 여당의 능력”이라고 말했다. 한 원내대표는 “청와대 정무수석을 하면서도 주로 이 업무를 달성해 왔다. 시스템이 작동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공천 헌금 의혹에 대해선 전수조사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 원내대표는 “전수조사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전수조사 자체가 출마하려는 사람들에게 대단히 경각심을 주는 기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돈 공천을 청산했던 게 2004년 노무현 대통령 때였다. 이런 문제가 불거지는 것 자체가 민주당스럽지 않다”며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에 민주당스러움을 찾기 위해 강력하게 앞장서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보수 야권에서 주장하는 ‘공천 헌금 특검’에 대해선 “현안을 다 특검하자고 하면 너무 정신없을 것 같다. 수사기관에서 전면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선 그걸 좀 지켜보겠다”며 선을 그었다.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향한 자진 탈당 요구 등에 대해선 “오늘 바로 답변을 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통일교 특검법, 2차 종합 특검법 등 법안 처리에 대해선 “기본 입장은 오는 15일 기점으로 통과가 목표”라고 말했다. 대전·충남, 광주·전남 등 지방통합 추진에 대해선 “정부 차원에서 빠르게 준비돼 가는 걸로 알고 있다. 내일(12일)쯤 바로 서둘러서 야당과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당내 친청·반청 논란에 대해선 “한가한 얘기다. 오직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이재명 정부 초기 국정 동력을 확보하는 일에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