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미국이 통제해야 할 필요성을 주장하며 “중국과 러시아 선박이 그린란드 주변 해역에 들끓고 있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실제로는 관련 활동 징후가 없다는 북유럽 외교 당국자들의 반박이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보 보고에 접근 권한을 가진 북유럽 고위 외교관 2명을 인용해 “최근 수년간 그린란드 인근에서 러시아나 중국 선박 또는 잠수함이 활동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전했다. 한 외교관은 FT에 “정보를 직접 확인했지만 선박도, 잠수함도 없었다”며 “그곳에 중·러가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북유럽 외교관도 “러시아와 중국이 북극 지역에 활동하긴 하지만, 이는 러시아 쪽 해역에 국한돼 있다”며 “그린란드 주변이 중·러 선박으로 ‘득실거린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에스펜 바르트 아이데 노르웨이 외무장관도 최근 NRK 방송 인터뷰에서 “그린란드 주변에 러시아나 중국의 활동이 많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며 “우리 인근에서 일부 움직임은 있지만, 그린란드 주변에서는 매우 희박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국가 안보와 희토류 등 전략 자원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그린란드를 미국이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필요하다면 군사적 조치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나토 동맹국들을 압박했고, 그 근거로 중국과 러시아가 그린란드 해역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덴마크와 그린란드 당국도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선을 긋고 있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러시아와 중국 선박이 누크피오르드 안쪽까지 들어와 있고 대규모 중국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묘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린란드 당국자들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 그린란드 공항 건설 지원을 시도했다가 미국의 압박 속에 덴마크 정부가 이를 거부한 이후 사실상 관심을 거둔 상태다. 그린란드의 한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일부 채굴 프로젝트에 소규모 지분을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실질적인 사업 진행은 없다”고 말했다.
선박 추적업체 마린트래픽과 금융정보업체 LSEG의 선박 이동 자료에서도 그린란드 인근에서 중국이나 러시아 선박의 활동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그린란드 의회는 최근 미국의 섬 장악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논의를 앞당겨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