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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 실명해도 연기".. 故이순재→안성기, 국민배우일 수 밖에 없는 이유 [핫피플]

OSEN

2026.01.11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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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수형 기자]'‘국민 배우’ 안성기와 이순재가 세상을 떠난 가운에 이들의 연기열정이 회자되고 있다.  투병 중에도 끝내 카메라 앞을 떠나지 않았던 두 사람이었다.

9일 방송된 SBS 특집 다큐멘터리 늘 그 자리에 있던 사람, 배우 안성기에서는 그의 마지막 촬영 현장이 공개됐다. 박흥식 감독은 “대사가 긴 장면에서 첫 문장은 완벽했지만, 두 번째 문장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며 “모니터를 보며 ‘이 작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펑펑 울었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안성기는 촬영을 멈추지 않았다. 박 감독은 “‘오늘은 힘들다’는 말 한마디면 접었을 텐데, 선생님은 자리에 앉아 조용히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하셨다”며 “끝까지 배우로서의 책임을 다하셨다”고 전했다. 그 장면은 연기 이전에 ‘자세’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혈액암 투병 사실이 알려진 2022년 9월 이후에도 그는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지난 5일 오전 9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향년 74세. 다섯 살에 아역으로 데뷔해 69년간 170여 편의 작품으로 한국 영화의 역사를 써왔다. 생전 그는 “힘이 닿는 때까지 관객들과 재미있는 영화로 함께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그렇게 혈액암 치료를 받으면서 참여한 영화 탄생은 촬영 시기를 기준으로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됐다. 연기가 삶이었고, 현장은 끝까지 지켜야 할 자리였다.

그의 울림은 또 다른 다큐를 회상하게 했다. 지난해 MBC 추모 특집 배우 이순재, 신세 많이 졌습니다에는 병상에서도 연기를 먼저 떠올렸던 이순재의 마지막 모습이 담겼다. “누워 계시면 하고 싶은 게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작품밖에 없다”고 답했다.

다큐의 마지막 장면에는 병상에서 ‘2024 KBS 연기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고 “무겁다”고 말하던 모습이 공개됐다. 그 한마디에는 70년 연기 인생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고 이순재는 연극·드라마·영화를 넘나들며 쉼 없이 연기했고, ‘허준’ 촬영 당시 18시간 해부 장면을 견뎌냈고, 혹한의 동굴 바닥에서도 현장을 지켰다는 일화로 잘 알려져 있다. 전광렬은 “그렇게 힘들어도 단 한마디 불평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일흔을 넘긴 나이에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새로운 길을 열었고, ‘이산’ 촬영에서는 28시간이 넘는 강행군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서진은 “대사가 없어도 끝까지 현장을 함께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는 ‘2025 MBC 연기대상’ 공로상의 주인공이 됐다.

시상식 무대에 오른 소속사 대표는 “마지막 작품 때 두 눈이 보이지 않았고, 두 귀도 잘 들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며 버티셨다”며 “미처 하지 못한 말이 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라고 전했다. 말과 행동이 늘 일치했던 이순재. 시상식에서조차 후배들 앞에 긴 연극 대사를 선보이며 연기에 대한 자세를 몸소 보여줬고, 후배들은 기립박수로 존경을 표했다. 눈이 보이지 않아도 대본을 놓지 않았고, 걷지 못해도 무대를 지켰으며, 병상에서도 “작품”을 외쳤던 배우. 이순재는 2025년 11월 25일, 향년 91세로 세상을 떠났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연기가 삶의 이유였던 ‘진짜 배우’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깊이 남았다.

두 배우는 서로 다른 자리에서 같은 답을 남겼다. 힘들어도,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연기는 끝까지 책임지는 일이라는 것. 고 안성기와 고 이순재. 그들이 남긴 마지막 장면은, 한국 연기사의 가장 조용하고 단단한 교본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email protected]

[사진]'OSEN DB


김수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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