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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프리즘] 진보도시 세종과 행정수도 완성

중앙일보

2026.01.11 07:18 2026.01.1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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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방현 대전총국장
행정수도를 지향하는 세종은 ‘진보도시’ 또는 ‘제2의 호남’으로 불린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세종은 2012년 7월 출범 이후 선거에서 주로 진보 좌파 성향 후보가 당선됐다. 전교조 출신 교육감이 3선을 하다 이재명 정부의 교육부총리로 영전했고, 국회의원 2명도 민주당 소속 또는 민주당 출신이다. 현 세종시의회도 민주당이 다수다. 세종은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 득표율(55.22%)이 충청권 4개 시·도에서 가장 높았다.

세종시민 평균 나이는 지난해 3월 말 현재 37.4세로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가장 젊다. 젊은 층은 주로 민주당을 지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부처에도 젊은 공무원이 다수다. 호남 출신도 많다. 2020년 세종시가 실시한 출생지별 주민 조사 현황을 보면 수도권과 충청을 제외한 시·도 가운데 전북 출신이 1만6849명으로 가장 많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세종시 국회세종의사당 부지를 방문, 현황판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래서인지 세종에서는 다른 곳에서 잘 볼 수 없는 장면이 동시 다발적으로 나타난다. 이에 “진보도시답다”란 말이 나온다. 일부 세종 시민은 운전면허시험장 조성을 반대한다. 초보 운전자의 미숙한 운전으로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민주당 시의원도 “대전·청주 운전면허시험장을 사용하면 된다”라며 반대 행렬에 가세했다. 전국 시·도 가운데 운전면허시험장이 없는 곳은 세종뿐이다. 세종시는 면허시험장을 만들기 위해 시민 설득에 나섰다.

세종 시민은 데이터 센터도 반대한다. 오케스트로클라우드㈜는 정부세종1청사 인근 건물에 2027년까지 데이터센터를 지을 예정이라고 한다. 세종시는 이 시설이 들어서면 일자리도 생기고, 공공기관 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시민들은 “전자파·소음·열섬 현상 등으로 건강 등 피해가 우려된다”고 한다. 여기에 국회의원까지 거들고 있다. 한국전파진흥협회에 따르면 이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인체 보호 기준의 0.045% 수준으로 가전제품 전자파에도 미치지 못한다. 소음도 기준을 넘지 않고 열섬 현상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웃 충남도가 AI 데이터 센터를 2곳이나 유치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신도시 세종시민은 숙박업소 등이 들어서는 것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세종은 숙박업소 부족난에 시달린다.

반면에 세종시민은 해양수산부(해수부) 이전이나 물 공급을 위해 필요한 세종보(湺) 가동 문제에는 미온적인 반응이다. 해수부 이전에 찬성하는 시민이 30% 정도 된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해수부 이전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인구가 급속히 줄고 집값 하락 조짐을 보이지만,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렇다 보니 정치권을 중심으로 외치는 “행정수도 완성”이 공허하게 들린다. 해수부가 빠져 나간 만큼 행정수도 완성에 흠집이 났기 때문이다. 진보도시 세종에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김방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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