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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영의 이코노믹스] 커지는 전기료 상승 압력…산업용 요금 합리적 조정해야

중앙일보

2026.01.11 07:22 2026.01.1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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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조업 경쟁력 갉아먹는 전기요금
전우영 서울과학기술대 인문사회교양학부 교수
대한민국 성장의 두 축은 ‘뛰어난 인적 자원’과 ‘저렴하고 질 높은 에너지’였다. 우리나라는 화석 연료의 90%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빈국이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원자력을 중심으로 한 기저부하 전원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 품질을 유지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반도체와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등 에너지 집약적인 제조업을 국가 주력 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산업 전기요금 4년 새 71% 급등
산업용과 주택용 전기요금 역전

전력 확보에 사활 거는 빅테크
한국 기업, 전기료에 발목 잡혀

탄소 중립 관련 각자도생 시대
에너지 전환 속도 고민 필요해

그러나 최근 이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산업용 전기 요금이 2021년 kWh당 105원에서 2025년 180원으로 불과 4년 만에 71% 폭등했다. 같은 기간 주택용 전기 요금이 46% 인상된 것과 비교하면 매우 가파른 상승세다. 한국의 산업용 전기는 미국이나 중국보다 비싸졌고, 에너지 전환 비용이 높은 독일 수준에 접근해가고 있다. 전기 비용 상승은 제조업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져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거나 이미 역전당한 우리 기업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박경민 기자
특히 에너지는 인공지능(AI) 산업의 승패를 결정짓는 요소다. AI 전환은 노동력을 에너지로 대체해서 자동화와 지능화를 통해 생산성 혁명을 이루는 과정이다. AI에 필요한 데이터 센터와 반도체 생산에는 막대한 전력이 소모된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글로벌 빅테크 리더가 전력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미국은 현재 전기 확보를 위한 전쟁 중이다. 미국 최대 지역을 관할하는 계통 운영자인 PJM의 용량 시장(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능력을 거래하는 시장)에서 2027~2028년 용량 요금이 3년 전 대비 11.5배 폭증했다. PJM 용량시장은 3년 선도 시장으로 3년 후 AI를 중심으로 전력 수요는 폭증하는데 발전소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투자자가 판단한 것이다. 그 결과 가스터빈 주문량이 2024년 약 9GW에서 2025년 약 30GW로 3배 이상 껑충 뛰었다. AI 데이터 센터 확대가 필요한 빅테크 기업은 원자력 전력 확보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미국의 이런 상황은 우리 에너지 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의 뛰어난 대형 원자력 발전소 건설 능력, 가스터빈 제조 능력, 소형 모듈 원자로(SMR) 잠재력은 미국과의 관세 협정에 따른 향후 2000억 달러 투자 약정의 효과적인 이행 수단이 될 수 있다. 우리 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을 활용해 과도한 대미 투자의 부담이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동시에 우리의 에너지 산업 경쟁력도 키우는 1석2조의 그림을 만들 수 있다.

산업용이 주택용 보조하는 기형적 구조
문제는 이런 상황 속에서 무리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결국 대한민국의 미래 먹을거리인 AI 경쟁력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20여 년 전인 2004년 주택용 전기요금은 kWh당 110원이었고 산업용은 60원이었다. 주택용 대비 산업용 요금은 약 55% 수준이었다. 공급 원가 측면에서 보면 산업용은 대용량 전기를 고압·고효율로 사용하기 때문에, 저압이며 배전망 비용이 많이 드는 주택용보다 저렴한 것이 당연하다. 당시 55%의 비율은 원가 차이 이상으로 국가가 제조업 성장을 위해 전략적으로 기업을 지원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재산권에 대한 시민 의식 상승, 주택용과 산업용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산업용 요금이 오르기 시작했다. 2017년 기록적인 폭염과 누진 요금 폭탄 등으로 주택용 전기요금이 하향조정되면서 주택용과 산업용이 균형을 이뤘다. 2021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가스 가격이 폭등하면서 전기 요금 인상 압력이 커졌고, 산업용 중심으로 오르면서 결국 산업용이 더 비싸졌다.

박경민 기자
그 결과 현재의 전기 요금은 산업용이 주택용을 보조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됐다. 이를 넉넉한 기업이 빠듯한 국민을 지원하는 훈훈한 장면으로 볼일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 중 한국보다 산업용/주택용 전기 요금 비율이 높은 국가는 없다. 영국 71%, 일본 68%, 미국과 독일 50%다. 에너지 전환의 선두에 서 있는 독일도 주택용 요금이 440원이지만, 산업용 요금은 220원에 불과하다. 전기요금을 빠르게 인상했지만, 제조업 경쟁력을 위해 산업용 요금은 절반으로 낮췄다. 미국은 AI와 제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산업용 요금을 우리의 65% 수준으로 낮췄다.

박경민 기자
정치적 결정으로 산업 전기료 급등
한국의 주력 산업은 반도체와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에너지를 많이 쓰는 제조업이다. 그럼에도 가정용 대비 산업용 전기 요금 비율이 이렇게 높은 건 이해하기 힘들다. 이런 요금 구조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전기 요금 인상 때마다 산업용을 우선적으로 올리는 정치적으로 쉬운 결정을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전체 전력 소비량 중 산업용은 52%, 주택용은 16%를 차지한다. 산업용을 10원 인상하면 주택용을 30원 인상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 조금만 올려도 판매 수익이 크게 증가하고, 정치적 반발이 적은 산업용 요금 인상은 달콤한 해결책이다. 하지만 달콤한 해결책은 결국 몸을 병들게 하고 성장을 막는다.

지난 20년간 진행된 산업용과 주택용 전기 요금 역전 현상은 산업 경쟁력이 국가 정책 우선순위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후퇴해 왔다는 증거인지도 모른다. 이런 방향성을 상징하는 사건이 최근 에너지 기능을 산업부에서 환경부로 이관한 것이다. 에너지는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중요한 도전 과제지만 동시에 우리 산업을 지탱하는 핵심 요소다. 에너지를 산업의 지원 대상이 아닌 탄소 중립을 위한 규제 대상으로 보는 관점 변화가 산업용 전기 요금 상승과 함께 국익에 올바른 방향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최근 가파르게 오른 전기요금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미래 전기 요금은 국제 천연가스 가격과 연동돼 있어 예측이 쉽지 않다. 하지만 부문별로 쪼개어 살펴보면 전체적인 흐름을 가늠할 수 있다. 전기 요금은 크게 ‘발전·판매’와 ‘망·계통’, ‘세금·부담금’의 세 부분으로 나뉜다.

에너지 전환으로 전기료 상승 압력 커
첫째, ‘발전·판매’ 부문은 전력 생산 연료비와 관련 있고 국제 가스 가격에 연동된다. 2025년 가스 가격 안정으로 한전이 약 15조원의 영업 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021~23년 누적된 42조원의 영업 손실 회수를 위해 향후 2~3년은 현재 요금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불확실성이 높지만, 가스 가격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3년 뒤에는 이 부문의 요금 하향 조정이 일정 부분 가능할 것이다.

둘째, ‘망·계통’ 부문은 전력 공급 인프라와 관련된 비용으로 정부 계획에 구체적인 투자 규모가 잡혀 있다. 11차 장기 송·변전 계획에서 송전망 확충에 향후 15년간 72조8000억원, 1차 배전망 계획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배전망에 40조~50조원, 11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23GW의 재생에너지 백업 저장장치에 약 40조원이 소요될 전망된다. 또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기 이용률이 현재 41%에서 2038년 12%까지 급락함에 따라, 전력 공급 안정성과 신규 발전기 투자 유인을 위해 LNG 용량 요금(CP) 보상 규모가 현재 연간 3조3000억원에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셋째, ‘세금·부담금’ 부문은 에너지 전환 정책 비용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RPS)’ 비용은 2030년까지 의무 비중 확대에 따라 연간 약 8조8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ETS) 비용은 4차 배출권 계획 기간에서 목표로 하는 유상 할당 확대(10→50%)와 배출권 가격 상승(1만원/tCO2→5만원/tCO2)이 실현될 경우 연간 약 5조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해외 주요국의 전기 요금 구조를 보면 우리의 전기 요금 예측이 가능하다. 에너지 전환이 빠르게 진행 중인 유럽 국가들은 정책 비용인 부담금 비중이 크다. 반면 땅이 넓어 망인프라 비용이 많이 드는 미국은 송·배전망 비용이 높다. 한국은 과거에는 기저부하 중심의 효율적 공급으로 망 비용과 부담금 비용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이 진행되면 해외 국가처럼 자연스럽게 망·계통 비용과 부담금 비용이 증가할 것이다. 이는 앞서 살펴본 부문별 전기 요금 전망과 일치한다.

박경민 기자
탄소 중립과 AI 경쟁, 우선순위 따져야
종합하면 발전·판매 부문은 가스 가격에 따라 하향 가능성이 열려 있으나 망·계통과 세금·부담금 부문에서 이를 상쇄할 만큼 강력한 상향 조정 요인이 존재한다. 여기에 해상풍력, 청정수소발전 의무화 제도(CHPS), 청정열 의무화 제도(CHO) 등 검토되고 있는 추가 비용 항목까지 고려하면 전체적인 전기 요금은 강한 상향 압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탄소 중립이 우리가 달성해야 하는 목적지라는 점에 이견은 없다. 범지구적인 협력이 필요한 탄소 중립에 있어 국제 사회는 각자도생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냉혹한 국제 사회의 현실을 염두에 둔다면 탄소 중립과 관련한 우선순위와 속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미래 30년 먹을거리인 AI 경쟁력과 탄소 중립 중에 무엇에 우선순위를 둬야 할까. 국익 관점에서 냉철하고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그 실행의 첫걸음은 산업용 전기 요금의 합리적 조정일 것이다.

전우영 서울과학기술대 인문사회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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