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재명 대통령이 베이징에 도착했던 지난 5일.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톈쉐빈(田學斌·63) 전 수리부(水利部) 부부장(차관)의 체포를 알렸다. 그는 원자바오(溫家寶·84) 총리를 모셨던 비서였다.
#2. 지난해 12월 18일 중앙기율위는 왕원화(王文華·69) 산둥성 칭다오시 인민대표대회 전 당 서기를 심각한 기율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권력서열 4위까지 오른 목수 출신 리루이환(李瑞環·92) 정협(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의 비서다. 원자바오와 리루이환은 공교롭게도 지난 2024년 건국 75주년 국경일 리셉션 헤드테이블에서 시진핑(習近平·73) 국가주석 좌우에 앉은 인물들이다.
비서방(秘書幫·비서 출신 정치인 집단) 왕원화와 톈쉐빈의 낙마는 시진핑 3연임 이후 잦아진 숙청의 한 패턴이다. 시 주석은 지난 2022년 20차 당 대회에서 크게 승리했다. “임기 제한을 깨며 3연임에 성공했고, 중앙 리더십을 재편하며 잠재적 라이벌을 배제했으며, 당의 정치 의제를 경제 발전에서 정권과 국가안보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우궈광(吳國光) 미국 스탠퍼드대 중국경제·제도연구센터 교수가 학술저널 차이나리더십모니터(CLM) 최신호에서 내린 평가다. 권력이 정점에 올랐지만 숙청은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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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강→리상푸→류젠차오 순차 숙청
균열은 외교부에서 시작했다. 2023년 6월 말 친강(秦剛)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증발했다. 곧 다른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 리상푸(李尙福)가 석연찮은 이유로 숙청됐다. 2024년 하반기 군부 상장(대장) 청산이 본격화했다. 11월 말 군 서열 5위 먀오화(苗華) 정치공작부 주임의 조사가 시작이었다. 시 주석이 2012년 군사위 주석에 취임한 뒤 81명의 상장을 임명했다. 아직 무사한 장군은 손가락으로 꼽힌다.
숙청은 숫자가 말한다. 장관급 요직인 20기 당 중앙위원회 376명 가운데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명이 숙청됐다. 8%다. 18기(2012~2017) 같은 기간 낙마한 중앙위원 비율 4.8%를 크게 웃돈다. 지난해 10월 열렸던 4중전회에는 30명의 중앙위원이 참석하지 못했다. 이 중 21명, 70%는 군 장성이다. 우 교수는 “(내년에 열리는) 21차 당 대회까지 숙청 가능성이 있는 중앙위원은 50명 이상”이라고 추산했다. 시 주석이 취임하기 전에 꾸려졌던 18기 중앙위원 가운데 숙청당한 숫자 38명을 훨씬 능가한다.
‘1인 권력의 딜레마’는 급증한 숙청을 설명하는 프레임이다. 시 주석은 2018년 개헌으로 연임 제한 규정을 깨 장기 집권을 합법화했다. 장기 집권의 또 다른 장애물이던 간부의 정년 규제도 풀었다. 2002년 16차 당 대회부터 확립된 ‘칠상팔하(七上八下, 67세는 정치국 유임, 68세 이상은 퇴임하는 정년 규정)’ 관례를 해체했다. 장관급 ‘이상삼하(二上三下, 만 62세는 유임, 63세는 정기인사 때 퇴임)’, 차관급 ‘칠상팔하(만 57세 유임, 58세는 정기인사 때 퇴임)’ 규정까지 흔들었다.
엘리트의 세대교체를 관리하던 약속이 폐기됐다. 게다가 시 주석 말고 장유샤(張又俠)와 왕이(王毅)가 각각 72세, 69세 나이로 정치국에 남았다. 우 교수는 “20차 당 대회 이후 군사와 외교 두 분야가 숙청의 핵심 격전지가 됐다”며 “승진이 가로막힌 간부들이 정치적 불충(不忠)으로 해석되기 쉬운 불만을 품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엘리트 내부 갈등을 줄여왔던 정년규정이 깨지자 간부들의 불만이 늘어났고, 이런 불만의 표출이 불충으로 파악돼 숙청 증가로 이어졌다는 논리다. 친강·리상푸·류젠차오·허웨이둥이 차례차례 낙마한 숨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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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와 권력승계는 어떻게
다시 권력교체기다. 21기 당 대회는 지난해 말 사실상 시작됐다. 시 주석은 앞서 2020년 말부터 직접 20기 인사를 총괄 기획했다고 ‘20기 중앙위·기율위 탄생기’가 기록했다. 오는 3월 양회(전인대와 전국정협)가 끝나면 시 주석은 차기 인선을 지휘할 간부고찰영도소조를 꾸려 직접 조장을 맡는다. 7월에는 차기 중앙위원의 정원과 면접 매뉴얼을 확정한다. 7월 말부터 45개 팀을 31개 지방 성시, 123개 기관에 파견한다. 중앙군사위는 8개 팀을 꾸려 별도로 평가한다.
이어 올해 중으로 신장(新疆)을 시작으로 14개 지방의 지도부를 교체한다. 성급 당 대회에서다. 내년 4월부터 6월까지 17개 지방 당 대회가 이어진다. 차기 24~25명의 정치국원의 세대교체 시즌이 시작됐다.
시진핑 4기를 앞두고 ‘하위 파벌(亞派系)’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달 대만 정치대학 강연에서 우 교수는 “각 파벌은 전략적 우세와 ‘포스트 시진핑 시대’의 판도를 쟁탈하기 위해 격렬한 내전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또 “명확한 후계자가 나타나기 어렵다”며 “젊은 얼굴이 나오더라도 ‘페이크(가짜)’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당 대회는 민주 선거가 아니다. 우 교수는 당 대회를 파헤친 『권력의 극장』(중앙공론신사, 2023)에서 “중국 당 대회에서 선거의 결과는 회의 개최와 투표 전에 이미 결정된다”며 “발표되지 않을 뿐”이라고 했다. 민주국가에서 권력의 분배는 정해진 절차를 따라 결과가 결정되지만, 당 대회를 통한 권력의 재분배는 정해진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절차를 왜곡하는 과정이라고 논증했다.
박상수 충북대 교수는 후계와 관련 “지난 1970년대 중국 정치에 미래의 복선이 숨어있다”며 “당시의 후계자와 최후의 승리자였던 제2의 화궈펑과 덩샤오핑을 생각하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마오쩌둥이 지정한 후계자 화궈펑이 끝내 권좌를 지키지 못했듯, 후계는 불확실성의 드라마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