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에 한병도 의원이 어제(11일) 선출됐다. 한 신임 원내대표는 공천 헌금 의혹으로 사퇴한 김병기 전 원내대표의 남은 임기 4개월간 민주당의 야전사령관을 맡는다. 임기는 짧지만 과제는 막중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한 여당의 신뢰를 회복하고, 6·3 지방선거 승리를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의 원인이 된 김 전 원내대표와 강선우 의원의 공천 비리 의혹을 규명하는 것이 새 원내대표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어물쩍 넘겼다가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충격적인 의혹인데도 민주당 지도부는 ‘꼬리자르기’로 일관하는 듯한 안일함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공천 비리 의혹에 임하는 자세는 한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개혁 추진과 지방선거 승리에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를 가늠할 척도가 될 전망이다. 한 원내대표는 “일련의 혼란을 신속하게 수습하고 내란 종식, 검찰 개혁, 사법 개혁, 민생 개선에 나서겠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어제 민주당에서는 김 전 원내대표의 탈당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애당의 길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 보시길 요청한다”고 했다. 새 원내대표 체제 출범에 맞춰 ‘애당(愛黨)’이란 명목으로 민주당의 시스템적 오류를 덮으려 한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앞서 정청래 대표 등 당 지도부가 “휴먼 에러” “개별 인사의 일탈” 등으로 규정한 것도 진상 규명 의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어제 새로 뽑힌 민주당 최고위원 3명 중 친정청래계가 2명(이성윤·문정복 의원)이어서 정 대표의 입장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한 원내대표는 정청래 당대표와 원팀을 이뤄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새로운 당 2인자로서의 소신을 보여줘야 한다. 임기응변식 회피보다 근원적인 처방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거론된 공천 헌금 전수조사 등의 조치도 불사할 수 있는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면 민주당에 실망한 여론을 반전시키기가 쉽지 않다. 공천 헌금 특검에도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어제 저녁 입국해 경찰 조사를 받은 김경 시의원에 대해 출국금지가 이뤄지지 않았던 사실은 공분을 일으킬 만한 수사기관의 실책이 분명하다. 권력 실세가 연루된 공천 헌금 의혹, 경찰 수사 무마 청탁 의혹, 봐주기 수사 의혹까지 특검이 불가피한 요건이 하나둘이 아니다. 야권의 특검 주장을 정치 공세로만 치부하면 여야의 극한 대치를 벗어나기 어렵다. 여기에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2차 종합특검법 등 정면 충돌이 예고돼 있다. 어느 때보다 여당 원내대표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꽉 막힌 여야 대치를 풀고 개혁 입법을 완수하기 위해서라도 자당 의혹에 더 냉철한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