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없는 한 해 보내기 번아웃, 누적된 업무 스트레스 때문 운동·독서 등 인지 전환 시간 가져야 멍때리거나 충분한 수면도 효과적
연초면 많은 이들이 갓생(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삶) 살기를 다짐한다. 올해는 좀 더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더 많은 성과를 내겠다는 각오다. 해야 할 일을 촘촘하게 적어두고 숨 고를 새 없이 하루를 채워 나간다. 문제는 이러한 질주가 늘 좋은 결말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엔진이 과열된 줄도 모른 채 액셀을 밟다 보면 번아웃 증후군이 찾아올 수 있다.
번아웃 증후군은 누적된 업무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신체적·정신적·감정적 탈진 상태다. 충분히 쉰 뒤에도 극심한 피로 증상이 풀리지 않고 6개월 이상 이어지는 게 특징이다. 자칫하면 의욕과 동기를 완전히 상실하고 우울증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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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몰아붙이면 오히려 효율 ‘뚝’
번아웃 증후군을 피하면서 목표 지점에 도달하려면 일을 대하는 기준부터 달라져야 한다. 핵심은 ‘노력의 강도’가 아닌 ‘지속가능성’이다. 기준이 바뀌면 질문도 달라진다. ‘충분히 하고 있는가’가 아닌 ‘이 방식으로 얼마나 오래 갈 수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무리하게 자신을 몰아붙이는 전략은 단기간 성과를 끌어올릴 순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인지 효율과 판단력을 떨어뜨린다. 뇌과학적으로도 지속 가능한 성취는 과도한 각성 상태가 아니라 안정적인 각성 상태에서 이뤄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피로도를 1~10으로 수치화해 감당 가능한 상한선을 넘지 않도록 에너지를 조절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런 시각은 목표 관리에도 적용된다. 성과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신체·정신 상태를 함께 점검하는 접근이다. 연간 목표를 분기와 주 단위로 나누고, 달성 여부뿐 아니라 회복 상태도 살피도록 한다.
에너지를 조절하며 나아가더라도 스트레스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에 대한 대응 전략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때 중요한 건 뇌 회복을 전제로 한 접근이다. 번아웃 증후군이 만성 스트레스에 의한 뇌 전(前)전두엽(전두엽의 앞부분)의 자기 조절 기능 저하와 다양한 신체 기능에 관여하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의 지속적인 활성화로 발생하는 신경생물학적 상태라서다.
뇌 회복을 돕는 스트레스 관리법 중 하나는 인지 전환 시간 갖기다. 하루에 최소 한 번은 짧더라도 업무와 무관한 활동을 의도적으로 진행한다. 운동하거나 책을 읽어도 좋고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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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와 무관한 활동 의도적으로 끼워 넣기
충분한 수면도 강조되는 부분이다. 수면 부족은 편도체를 과도하게 활성화해 감정 소진을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수면은 렘수면 25%, 비렘수면 75%로 구성되는데 비렘수면 단계의 깊은 잠이 필요하다. 더불어 스트레스 반응을 알아차리고 조절하는 훈련도 회복 과정의 한 축이다. 호흡을 천천히 가다듬어 이완 상태를 만들거나 운동, 노래 가사 외우기 등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본인만의 방법을 찾아 나가도록 한다.
간혹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다들 이렇게 산다’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직장인들이 있다. 조직 전체가 과부하 상태일수록 이런 태도가 굳어지기 쉽다. ‘팀원들도 바쁜데 나만 유난 떨 수 없다’는 생각에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애써 무시한다. 그러나 감정이 무뎌지고 사소한 자극에도 과민하게 반응한다면 이미 번아웃 초입에 들어섰다는 신호다. 집단적 과로에 매몰돼 뇌가 보내는 에너지 고갈 신호를 외면해선 안 된다.
이때는 팀원도, 리더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번아웃 증후군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열린 분위기 속에서 팀원들 간 현재의 상태를 솔직하게 공유할 수 있어야 번아웃 증후군을 키우지 않고 조기에 조절할 수 있다. 단순 하소연이 아닌 피로와 감정 상태를 점검하고 전달하는 과정이다. 동료 간 비교보다는 회복 가능성에 초점을 둔 대화가 우선시돼야 하며 리더는 업무 강도를 일시적으로 조절하고, 휴식을 정당한 선택으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방전된 에너지 회복에 운동도 효과적이다. 실제 국내 연구에서는 하루 25분 넘게 중강도 이상의 운동과 30~60분의 가벼운 활동을 함께 실천할 경우 번아웃 증후군 발생 위험이 약 62% 낮아진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중강도 이상의 운동으로는 가볍게 자전거 타기나 탁구 등이, 가벼운 활동으로는 걷기를 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