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순규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황달·복수·알부민 수치 등 점수 활용 치료 사각지대 환자에 가능성 제시
간암은 폐암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은 암이다. 초기엔 거의 증상이 없거나 모호해 진단받을 땐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 특히 다발성으로 발생하고, 암이 자라는 속도가 빠르며, 주요 혈관을 타고 전이가 잘 되는 특성이 있다. 이런 진행성 간암은 대개 약물이 주된 치료법이다. 최근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가 개발되면서 전신 치료 성과도 개선되고 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순규(사진) 교수에게 간암 약물치료의 최신 경향을 들었다. 이 교수는 최근 간 기능이 저하된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의 효과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연구로 주목받았다. 논문은 미국암연구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Clinical Cancer Research)에 실렸다.
Q : 진행성 간암에선 어떤 약물치료가 주로 이뤄지나.
A : “최근에는 면역항암제를 많이 활용한다. 기존 치료제 반응률은 평균 10% 정도였으나 면역항암제는 30% 수준이다. 또 면역항암제는 기존보다 중대한 부작용이 적은 편이라 고령 환자에게서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은 진행성 간암 환자의 생존율을 크게 향상시켜 현재 전 세계적으로 1차 표준치료로 자리 잡았다.”
Q : 최근엔 어떤 연구를 진행했나.
A : “간암은 암의 진행 정도와 간 기능을 모두 고려해 치료법을 정한다. 간 기능은 혈액 내 빌리루빈(황달)·알부민 수치, 복수·혼수(간성뇌병증) 유무 등을 따져 평가하는 차일드 푸 점수(CPS·Child-Pugh Score)를 활용한다. CPS 5~6점(A등급), CPS 7~9점(B등급), CPS 10~15점(C등급)으로 구분하는데, 점수가 낮을수록 간 기능이 좋다는 뜻이다.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의 임상시험은 CPS 5~6점 환자에 한정돼 있어 간 기능이 상대적으로 저하된 CPS 7점 환자는 치료 선택의 폭이 작았다. 이들에 대한 임상 효과를 확인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Q : 결과는 어땠나.
A :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치료를 받은 CPS 5점 환자 169명, CPS 6점 환자 105명, CPS 7점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다기관 연구를 진행했으며, CPS 7점 환자군의 예후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CPS 7점 환자 가운데 ▶총 빌리루빈 수치가 2㎎/dL 미만이고 ▶혈청 알부민 수치가 2.8~3.5g/dL 사이이며 ▶복수가 있더라도 이뇨제로 조절 가능한 정도의 경증이고 ▶혼수가 없는 경우 CPS 6점 환자군과 유사한 생존율과 무진행 생존 기간을 보였다.”
Q : 연구결과의 의의는 뭔가.
A : “간암 환자 치료에서 CPS 7점이란 이유만으로 면역항암제 치료를 배제해 온 기존의 통념에서 벗어나 간 기능의 세부 지표를 기반으로 환자를 보다 정밀하게 분류함으로써 맞춤형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Q : 간암 생존율 향상을 위한 과제는.
A : “간암은 보통 증상이 없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선 위험 인자가 있는 사람은 적극적으로 검진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간경변증이 있거나 B형 간염 환자는 장기간에 걸친 진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지방간 환자가 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방간이 있으면 지방간염, 간경변증, 간암 등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혈액검사 결과와 나이를 대입해 간이 얼마나 딱딱해졌는지 알 수 있는 FIB-4 지수를 통해 간 상태를 스스로 점검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