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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국외 등록 특허여도 국내 사용됐다면 과세 대상"

중앙일보

2026.01.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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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뉴스1
미국에 등록된 특허 기술로 한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팔았다면 한국에 특허 사용료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미국 법인이 한국 과세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경정 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했다. 지난해 9월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판단이다.

미국의 배터리 기술 보유 스타트업인 옵토닷은 2017년 7월 삼성 SDI와 국내외 등록 특허권 20개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중 1개는 국내 특허권이고 나머지 19개는 미국 등록 특허권이었다. 삼성SDI는 이 기술을 활용해 국내에서 배터리 등을 설계·제조했고, 그 대가로 옵토닷에게 295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33억 3610만원)을 사용료로 지급했다. 이는 법인세 약 5억원을 원천징수한 금액이었다.

옵토닷은 이중 국외 등록 특허 사용료에 대한 법인세 약 4억7500만원을 환급해달라며 기흥세무서장을 상대로 경정 청구를 했고, 세무서에서 거부하자 취소 소송을 냈다. 옵토닷은 "국외 특허권 사용료는 한·미 조세조약상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미국에 등록된 특허권을 사용한 것이므로 한국에서는 납세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재판에서는 '특허의 사용지'를 판단할 때 특허권 등록지를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 혹은 특허기술이 실제 사용된 장소를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 재판부는 원고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사용료 소득은 해당 재산이 사용된 국가에 원천을 둔 소득으로 보아야 하고, 이 사건 특허는 국내에 등록되지 않았으므로 국내에서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2심 역시 1심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세 조약은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돼야 한다"며 "국외에 등록된 특허가 국내에서 활용됐다는 것만으로 국내원천소득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에서는 이같은 판결을 깨고 원심 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 12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국외에 등록된 특허라 하더라도 그 특허기술이 국내에서 제조·판매 과정에 실제로 사용됐다면 해당 사용료는 국내 사용에 대한 대가로서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특허의 등록 여부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해당 기술이 국내에서 사실상 사용됐는지에 대한 실질적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는 국내에 등록되지 않고 미국에만 등록된 특허권 사용료도 과세 대상이 된다는 지난해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미조세협약은 "특허를 사용할 권리에 대해 대가를 지급한 국가"가 과세권을 갖는다고 규정한다. 이후 이 협약 속 '사용'의 의미를 두고 공방이 일었다. 지난해 대법원은 협약 속 '사용'의 의미는 '특허권 사용'이 아닌 '특허기술 사용'을 의미한다고 봤다. 이 판결로 국세청은 그간 불복 소송이 제기돼 온 약 4조원 규모 세금을 환급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최서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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