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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3사, 일제히 적자…"전기차 지우고 ESS 띄우자"

중앙일보

2026.01.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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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 공장 전경. 사진 LG엔솔
‘K배터리’ 3사가 미국 전기차 보조금 폐지 여파로 2025년 4분기 일제히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회복을 기대했던 국내 배터리 3사는 올해는 에너지저장장치(ESS)에 기대를 걸어보겠다는 방침이다.

11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은 지난해 4분기 128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와 SK온 역시 각각 3843억원, 4027억원의 영업손실(잠정) 전망이 나왔다.

올해 1분기 실적 전망도 갈린다. 에프앤가이드의 증권가 전망치에 따르면 LG엔솔은 분기 적자를 탈출해 1020억원의 흑자를, 삼성SDI는 적자폭을 줄여 2460억원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반면 SK온은 지난해 4분기보다 적자폭이 늘어난 4449억원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LG엔솔이 지난해 1~3분기 호실적을 낸 건 타사보다 빠르게 미국에 진출한 덕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로 1분기 4577억원, 2분기 4908억원, 3분기 3655억원을 받아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해 4분기 LG엔솔의 AMPC 수령액은 3328억원으로 지난해 분기 기준 가장 낮았다.

정근영 디자이너
전기차 보조금 폐지는 국내 배터리 업계에 직격타가 됐다. 미국 완성차업체들이 줄줄이 전기차 생산 전략을 수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에만 13조5000억원 규모의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 계약이 백지화됐고, SK온은 포드와의 미국 공장 합작 체제가 종료됐다.

이에 배터리업계는 ESS를 새 먹거리로 삼고 반등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 최고경영자(CEO)가 내놓은 2026년 신년사에도 이런 방향 전환이 명확히 드러난다. ‘전기차’를 지우고 ESS 강조에 나선 것이다.

김동명 LG엔솔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ESS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기회”라며 “북미·유럽·중국 등에서의 ESS 전환을 가속해 공급 안정성과 운영 효율화도 함께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SDI와 SK온 신년사에는 아예 ‘전기차’란 말 자체가 등장하지 않았다.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고,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올해는 재도약의 원년이 돼야 한다. 결국 정답은 기술이란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희·이용욱 SK온 사장은 “미드니켈·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 핵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ESS를 중심으로 수주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모두 절박한 심정을 갖고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업계에선 실제 ESS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가 확대하면서 배터리 3사 모두 ESS 양산 속도를 높이고 있다. JP모건은 “LG에너지솔루션은 2028년까지 미국 ESS 시장 점유율을 35% 이상 확보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있다”며 “(한국 배터리사의) 미국 내 배터리 생산 능력이 줄어도 기존 전기차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해 활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당장 LFP 분야에서 앞서있는 CATL·비야디(BYD) 등 중국 업체의 벽을 넘어야 한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진입한 LFP 기반 ESS 시장 전반에 ‘탈중국’이라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LFP 분야 후발주자인 국내 기업들이 얼마나 빠르게 (중국 등) 선도 기업과 격차를 줄이는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나상현.고석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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