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경기도 용인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열린 ‘함께하는 플레이버디’ 성과 발표회. 여느 게임사 행사처럼 책상에 놓인 스크린 속에서는 카카오게임즈의 대표 게임 ‘오딘’의 캐릭터가 화려한 기술을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플레이어의 책상 위엔 통상적인 키보드와 마우스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특수 제작된 패드, 콘트롤러가 그 자리를 채웠다.
카카오게임즈는 2023년부터 3년간 장애인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한 보조기기 지원 사업을 진행해왔다. 아름다운재단, 국립재활원,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 연구지원센터(지원센터)와 함께 하는 이 사업은 3년간 총 96명에게 608대 보조기기를 지원해왔다. 이 발표회는 관련한 성과를 공유하기 위한 자리. 카카오게임즈 측은 “게임의 즐거움이 장애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열린, 모두를 위한 게임이 될 수 있도록 사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장애인 게이머를 위한 보조기기의 핵심은 맞춤형 하드웨어와 이를 게임과 연결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의 결합에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복잡한 조작의 단순화다. 가령, 비장애인 게이머가 키보드에서 ‘컨트롤(Ctrl)’과 ‘X’ 버튼을 동시에 눌러야 특정 기술(A 효과)을 쓸 수 있다면, 보조기기를 이용할 경우 이 다중 키 조합을 큰 버튼 하나에 연결(매핑)할 수 있다. 사용자가 버튼을 한 번만 눌러도 동일한 A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근육의 힘이 약해 일반적인 마우스나 콘솔을 작동하기 힘든 중증 장애인을 위해 아주 미세한 힘으로도 반응하는 고감도 스틱과 안구 마우스 등도 개발돼 있다.
장애의 유형과 정도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고, 게임의 장르마다 요구되는 조작 방식 또한 제각각이다. 더욱이 기존의 장애인용 게임 보조기기 시장은 해외 제조사들 위주로, 가격대도 고가에 형성돼 있어 보편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게임사들은 본업을 살린 보조기기 분야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핵심 과제로 삼고 개선에 나섰다. 게임사만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게임의 특성을 기기 개발 등에 반영해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의미 있는 첫발을 뗐지만, 진정한 장벽 없는 게임 환경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접근성 표준이다. 현재 개발되는 보조기기들은 주로 PC와 모바일 게임 환경에 맞춰져 있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 등 전용 콘솔 기기를 만드는 해외 개발사와 협업은 상대적으로 더딘 상태다. 보조기기 개발에 참여한 한 지원센터 연구원은 “하나의 보조기기가 다양한 게임사의 작품에서 구동될 수 있다면 개발이 더 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