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을 받은 사람 1명이 지고 있는 빚이 평균 9700만원을 웃돌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빚을 낸 사람(차주) 수가 줄어든 반면 전체 대출 잔액은 늘어난 영향이다. 정부가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해 총량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소수에게 더 많은 빚이 쏠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721만원으로 집계됐다.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1인당 대출 잔액은 2023년 2분기 말(9332만원) 이후 9분기 연속 늘었고, 1년 전(9505만원)보다도 200만원 넘게 증가했다.
반면 전체 차주 수는 2024년 1분기 말 1973만 명에서 지난해 3분기 말 다시 1968만 명으로 줄었다. 이는 2020년 4분기 말(1963만 명)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2024년 1분기 말 1853조원에서 지난해 3분기 1913조원으로 6분기 연속 늘었다. 차주 수는 줄어드는데 빚의 총량과 1인당 부담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40대의 1인당 평균 은행 대출 잔액이 1억1467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은 연령대라는 점에서 주거비 부담이 중산층 가계에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60대 이상(7675만원)은 은행대출은 줄었지만, 비은행 대출 비중이 높아 신용 위험이 상대적으로 컸다.
신규 대출도 다시 늘고 있다. 한국은행의 ‘차주별 가계부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대출 신규 취급액은 차주 1인당 평균 3852만원으로, 2분기보다 26만원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3651만원)와 올해 1분기(3566만원) 연속 감소하다가 2분기(3826만원) 들어 반등했고, 이 흐름이 3분기까지 이어진 것이다.
가계부채 부담이 커지는 데 부동산 가격 상승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주간 조사 기준)은 8.71%로 집계 이래 가장 가파른 상승 폭을 기록했다(한국부동산원). 집값이 오른 만큼 빚도 더 냈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해 3분기 차주당 평균 주담대 금액은 2억2707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하강 국면이 닥칠 경우 빚을 많이 낸 계층에 충격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박성훈 의원은 “가계부채 부담이 소비와 자영업 경기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단기 규제가 아닌 구조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