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재단 이사장과 친인척 관계인 교사가 기간제 여교사들을 상대로 성폭행과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지역 시민사회는 사건을 개인 일탈이 아닌 사립학교의 구조적 문제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2일 울산시교육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울산의 한 사립고교 기간제 교사 A 씨는 지난해 9월 20일 같은 학교 50대 남교사 B 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A 씨는 신고 전날인 9월 19일 저녁 학교장과의 식사 자리에 참석해 술을 마셨고, 교장이 자리를 먼저 떠난 뒤 B 씨가 성폭력을 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 사실을 학교 관계자들에게 알리는 과정에서 “여자 중에 평생 이런 일을 안 당하는 사람이 있느냐”는 취지의 발언이 나오는 등 2차 가해가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학교 측은 사건 발생 약 2개월 뒤인 지난해 11월 1일 이사회를 열어 B 씨에 대한 직위 해제를 의결했다.
같은 학교 기간제 교사 C 씨 역시 2024년부터 B 씨에게 여러 차례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B 씨가 학교 재단 이사장과 친인척 관계로 알려지면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 가능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B 씨는 지난 2017년 학생 인권 침해 사실이 확인돼 징계를 받은 전력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가해 교사는 재단 이사장의 사망한 누이와 인척 관계일 뿐 실질적인 왕래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2차 가해 발언을 한 관계자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해명했다.
울산여성연대를 비롯한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은 이날 울산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사장의 권력 아래 학교가 술자리를 강요하는 폭력적인 조직 문화를 방치해 왔다”며 “이번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사립학교의 권위적인 운영 구조가 낳은 구조적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가해 교사에 대한 즉각적인 파면 조치와 함께 강압적인 회식 문화 중단, 학교 내 성폭력 피해 실태 공개 등을 촉구했다.
울산시교육청은 이달 9일부터 13일까지 해당 학교 교직원 전원 69명을 대상으로 성희롱 실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며, 지난 5일부터는 학교에 대한 특별감사에도 착수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학교법인에 가해 교직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할 계획”이라며 “징계 수위가 사안에 비해 가볍다고 판단될 경우 재심의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가해 교사 B 씨를 성폭행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교사들에 대한 조사는 마쳤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자료 등을 종합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