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CPSP)을 두고 한국과 독일의 각축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캐나다에 줄 수 있는 반대급부를 정교하게 고려하는 절충교역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캐나다가 EU의 방산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유럽산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바이 유러피안’ 기조가 강화하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문근식 한양대 교수는 12일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한국·캐나다 방산협력 확대를 위한 범정부 협업 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캐나다가 약 1500억 유로(약 256조원) 규모의 EU 무기 공동구매 프로그램 ‘세이프’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유럽 안보 블록에 편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며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책이 없다면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이프는 EU가 무기를 공동구매하는 회원국에 낮은 금리로 대출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EU 회원국들의 재무장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3국이 직접 대출을 받을 수는 없지만, EU와 안보·방위 파트너십을 체결했거나 EU 가입 후보국이라면 참여할 수 있다. 캐나다는 지난해 12월 비유럽권 국가 중 처음으로 세이프에 참여했는데 이를 두고 캐나다가 유럽산 장비 구매 비중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캐나다는 왕립 해군이 보유한 2400t급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2030년대 중반까지 최대 3000t급 신규 디젤 잠수함 12척으로 대체 획득할 계획이다. 도입 뒤 30년간 추후 유지·보수·정비(MRO) 비용까지 합치면 최대 600억 캐나다달러(약 60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폴란드 잠수함 수주전에서 나란히 고배를 마신 한국과 독일은 캐나다 잠수함 수주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방산 수출 5위인 독일은 현지 생산을 돕겠다고 제안했고, 한국은 1년에 잠수함 1척씩 공급하겠다는 ‘속도전’으로 맞서고 있다.
최용선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은 캐나다의 절충교역 제도인 ITB(산업·기술적 혜택) 정책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절충교역은 외국에서 군수품이나 장비를 구매할 때, 판매자에게 기술 이전, 부품 역수출, 현지 생산 등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조건부 교역 방식을 말한다. ITB는 캐나다의 방산 조달 정책으로, 국방 물자 도입 시 계약 금액의 100%에 해당하는 가치를 캐나다 국내 산업에 환원하도록 하고 있다.
최 위원은 “독일은 캐나다산 전투체계를 역구매하고 캐나다산 핵심 광물을 수입하기로 한 데 이어 북극 기지 현대화 참여 등 국가 차원의 선물 보따리를 풀고 있다”며 “우리도 정부가 나서서 미래 모빌리티 에너지 우주항공 등과 연계한 ‘K 패키지’를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형곤 국방기술학회 정책연구센터장은 “캐나다는 절충교역제도를 운용하는 주요국 중 절충교역 적용금액과 요구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라며 “한국은 제도상 이번 잠수함 사업처럼 대규모의 절충교역 항목을 요구하는 방산수출 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출절충교역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보강하고,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