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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보다 인터넷” 인터넷 끊긴 이란 아수라장...美 개입할까

중앙일보

2026.01.11 23:48 2026.01.12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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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란 정부가 인터넷을 전면 차단하며 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 이란 당국이 저격수를 동원하는 등 시위를 강경 진압하고 있지만, 인터넷이 차단된 탓에 진압 현장이 제대로 알려지기는커녕 정확한 사상자 수 파악조차 어려워진 탓이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11일(현지시간) "이란으로 향하는 인터넷 트래픽은 급감했고, 국제 전화와 휴대전화 서비스도 사실상 중단됐다"며 "현지에서는 '빵보다 인터넷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반정부 시위 도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보안군과 민간인들의 장례 행렬에서 조문객들이 관을 운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전역 반정부 시위 규모 지도. 신재민 기자

앞서 지난 9일 이란 정부는 인터넷과 통신망을 전면 차단했다. 이란 내에 수만 대의 수신기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진 위성통신 스타링크 사용이 어렵도록 GPS 신호 교란에도 나섰다고 한다. 인권단체 '미안그룹'의 아미르 라시디 이사는 CNN에 "인터넷뿐 아니라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문자메시지 등 모든 통신 수단이 차단됐다"며 "전례없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해외 거주 이란인들이 가족·지인과 연락이 끊겨 애가 타는 것은 물론, 외부에서 현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돼 이란 정부가 '대학살'을 은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인권단체 ‘이란 인권활동가 뉴스통신(HRANA)’은 지난 2주간 시위로 최소 538명이 사망, 1만 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밝혔지만,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이란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최소 2000명 이상 사망했다(이란인터내셔널)”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에 유포된 영상에서 지난 9일 이란 테헤란에서 시위대가 거리로 나와 모닥불 주위에서 춤을 추고 환호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AP=연합뉴스
세계적 작가 조앤 롤링이 11일(현지시간) X에 공유한 담뱃불로 하메네이 사진에 불을 붙이는 이란 여성 포스터.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 이란에서 체제 상징을 훼손한 장면이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 X 캡처

인터넷 차단은 단순히 이란 내 시위대의 결집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생계 문제와도 직결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온라인 금융 거래가 중단되며 상점과 기업 활동이 멈췄고, 항공편 예약 시스템 등에도 차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현금 인출과 결제까지 막히며 경제 활동이 급격히 위축됐다. 의료 현장도 위기에 빠졌다. 진료 기록 접근이 제한돼 환자 대응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이란 반정부 시위에 연대하는 활동가들이 "이란을 해방하라"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론 머스크와 통화할 수도 있고, 곧 통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타링크를 통한 우회 접속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이란 상황을 “매시간 보고받고 있다”며 “상상하지 못할 목표물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미군 지휘부는 이란의 보복 가능성을 우려하며, 실제 타격에 앞서 방어 준비와 병력 재배치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이스라엘도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0일 미 국무장관과 통화한 이후 이틀 만에 다시 이란 사태를 언급하며 “이란 시민들의 용기에 힘을 보탠다”고 밝혔다. 다만 이스라엘군은 즉각적 개입에는 선을 긋고 있다. 이스라엘군 정보국 출신 관계자는 AP통신에 “외부 군사 개입은 시위를 애국주의로 덮어 체제를 오히려 결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언급에 이란은 반발하면서도 협상에 나서는 분위기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이란 테헤란에 주재하는 외교관들과 만나 “폭력 사태는 미국의 군사 개입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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