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레드카펫 위 배우들의 턱시도와 드레스에는 작은 배지가 달렸다. 하얀 바탕에 검은 글씨로 적힌 두 단어, ‘비 굿(BE GOOD)’.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수상 경쟁뿐 아니라 미국 이민 단속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메시지로도 주목받았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마크 러펄로, 완다 사이크스, 너태샤 리온, 진 스마트 등 다수의 배우들이 이민세관단속국(ICE)을 규탄하는 ‘비 굿’ 배지를 착용하고 등장했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비 굿’ 문구는 지난 7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ICE 요원의 총격으로 숨진 르네 굿(37)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ICE의 과잉 단속과 공권력 남용에 항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완다 사이크스는 미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이 배지는 ICE 요원에게 살해된 엄마를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목소리를 높여 이 불량 정부를 멈춰야 한다. 사람들이 당한 일은 끔찍하다”고 말했다.
마블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헐크 역을 맡았던 마크 러펄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더욱 직접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법을 신경 쓰지 않으며 자신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도덕성뿐이라고 했지만, 그는 유죄 판결을 받은 강간범”이라며 “최악의 인간”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통상 할리우드 시상식은 축제 성격이 강해 배우들이 정치적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이날은 미국 전역에서 르네 굿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린 가운데 배우들도 공개적으로 연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HBO맥스 시리즈 ‘나의 직장 상사는 코미디언(Hacks)’으로 수상한 배우 진 스마트는 “배우들이 이런 자리에서 사회·정치적 이슈를 언급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지금 나는 배우가 아니라 시민이자 엄마로서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르네 굿은 미니애폴리스에서 세 아이를 키우던 어머니로, 막내아들을 초등학교에 등교시킨 뒤 귀가하던 중 총격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ICE 요원의 정당방위였다는 입장이지만, 반대 측에서는 무리한 단속과 공권력 남용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이튿날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불법 이민자 단속 과정 중 총격으로 2명이 부상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단속 정책에 대한 반발 여론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