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스톨츠(22)라는 이름이 아직 생소하다면, 다음 달 열릴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알게 될 거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스톨츠는 발음조차 낯선 자신의 이름을 이번 올림픽을 통해 전 세계인의 뇌리에 가장 강렬하게 각인시킬 준비를 마쳤다.
스톨츠는 지난달 노르웨이 하마르에서 열린 2025~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남자 500m에서 기막힌 ‘날 들이밀기’로 0.001초 차의 짜릿한 우승을 차지했다. 놀라운 건 그 이후다.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불과 30분 뒤, 그는 400m 트랙을 16바퀴나 돌아야 하는 매스스타트마저 집어삼켰다. 앞서 열린 500m 1차 레이스와 1000m, 1500m까지 휩쓸었던 그는 결국 월드컵 5관왕이라는 경이로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의 행보는 현대 빙상의 상식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오늘날 스피드 스케이팅은 단거리 선수가 맞춤형 훈련을 통해 몸 자체를 극단적으로 특화시키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스톨츠는 폭발적인 스프린트 능력에 중장거리의 지구력, 영리한 레이스 운영 능력까지 모두 갖췄다. 이미 2023년과 2024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년 연속 500m, 1000m, 1500m를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2024년부터 1년간 월드컵 무대에서 18연승을 질주하며 ‘네덜란드 전설’ 스벤 크라머의 기록마저 지워버렸다. 빙속 강국 네덜란드가 그를 가리켜 ‘전투기(straaljager)’라 부르며 경외감을 표하는 이유다.
이런 압도적 퍼포먼스는 타 종목의 전설들을 소환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조이 치크 NBC 해설위원은 “스톨츠의 성장은 젊은 마이클 펠프스를 지켜보는 것과 같다”며 “컨디션이 최악일 때도 메달을 따고, 최고일 때는 누구도 그를 이길 수 없다”고 평했다. 올림픽 수영에서만 23개의 금메달을 딴 펠프스의 지배력을 빙판 위에서 재현하고 있다는 뜻이다. 팬들 역시 그의 이름에서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을 떠올리며 “이름부터 이미 GOAT(역대 최고)”라는 찬사를 보낸다.
이제 시선은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 올림픽 5관왕인 에릭 하이든의 재림으로 향한다. 이승훈 JTBC 해설위원은 “시니어 데뷔 때부터 함께 경기를 해봤지만, 힘과 체력 모든 면에서 독보적”이라며 “2025년에 잠시 주춤했으나 올림픽 시즌에 맞춰 완벽히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분석했다. 이 위원은 “1000m와 1500m 금메달은 확실시되며, 초반에 승기를 잡는다면 500m와 매스스타트, 팀추월까지 최대 5개의 메달 사냥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스톨츠는 최근 국가대표 선발전 1000m에서 넘어지는 사고를 당하고도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괴력을 발휘했고 이미 4개 종목의 출전권을 가볍게 확보한 상태다.
빙판 위 전설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해 초 폐렴과 패혈성인두염으로 고생했고, 사이클 훈련 중 넘어져 정강이에 번개 모양의 흉터가 남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하지만 코치진은 이 상처를 ‘해리 포터 흉터’라 부른다. 어떤 역경에도 이겨내고 오히려 더 뛰어난 퍼포먼스를 낼 거라는 믿음의 증표다. 독일어로 ‘자랑스럽다’는 뜻을 가진 그의 이름(Stolz)처럼, 그는 이미 랄프로렌 모델과 NBC 홍보 영상의 주인공으로 나서며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자부심을 심어주고 있다.
5살 때 안톤 오노를 동경하며 집 앞 얼어붙은 연못에서 처음 스케이트 날을 지치던 소년은, 17세의 어린 나이로 출전했던 2022년 베이징 올림픽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제 ‘언터처블’이 되어 돌아왔다. 경쟁자 키엘트 누이스가 “다른 행성에서 온 것 같다”고 혀를 내두를 만큼, 스톨츠의 질주는 밀라노의 빙판 위에서 위대한 전설로 기록될 일만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