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3~14일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 지난해 10월 3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경주에서 열린 첫 회담 이후 2개월 반 만이다. 이 대통령은 12일 방송된 NHK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은 가치와 지향을 함께한다”며 “서로 부족한 점은 보완해 가고, 경쟁하면서도 협력할 분야가 워낙 많기 때문에 함께할 공통점들이 뭐가 있는지를 좀 더 많이 찾아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이 열리는 일본 나라(奈良)현은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이자 지역구다. 다카이치 총리는 1993년 총선 때 이곳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10선을 지냈다. 지난해 9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일본 총리의 부산 방문에 이어 다카이치 총리도 경주를 찾자 이 대통령이 차기 ‘셔틀외교’ 장소로 나라현을 직접 제안했다고 한다.
일본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이 대통령을 고향으로 초청한 데 대해 ‘이례적 오모테나시(극진한 대접)’라고 평가했다. 2016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고향 야마구치(山口)현으로 초대한 것을 제외하면 일본 총리 고향에서 양자회담이 열린 사례가 없다.
일본 언론은 나라현에 한·일 양국의 ‘유카리노치(인연의 땅)’라는 의미도 부여했다. 1500년 전 백제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문화를 전파한 도래인(渡來人)의 흔적이 다수 남아 있다. 두 정상이 14일 방문하는 세계 최고(最古) 목조건축물 호류지(法隆寺)가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나라현은 경주처럼 천년고도”라며 “국제 질서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때일수록 서로 마음을 터놓고 도움이 되는 길을 함께 손잡고 찾아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미래지향적 과거사 문제 해법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조세이(長生) 탄광에 대한 양국 정부의 공동 유해 발굴 논의가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1942년 수몰 사고가 발생한 해저 갱도인 조세이 탄광에선 당시 강제 동원된 한국인 136명을 포함해 모두 183명이 숨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과거를 직시하되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면서 서로 손잡고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자”며 “(이는) 일본 국민께도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라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유사시 대만 개입’ 발언이 증폭시킨 중·일 갈등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이달 초 중국 국빈방문 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대한민국에 있어 중국만큼 일본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직접 말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각국은 고유의 핵심적 이익 또는 국가 존립이 매우 중요하다”며 “시 주석이 일본 측 입장에 대해 매우 안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로서야 그건 중국과 일본의 문제이지, 우리가 깊이 관여하거나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가 논의될 가능성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 상태로는 대한민국 국민 정서·신뢰 문제를 해결해야 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어렵다”면서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위한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 하나의 중요한 의제라서 적극적으로 논의해 가야 될 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