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12일 취임 첫날부터 여당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중대범죄수사청법·공소청법 입법예고안에 대해 한 원내대표가 “당과 정부 간 이견은 없습니다”라고 발표한 게 화근이 됐다.
한 원내대표가 이같은 입장을 공유한 페이스북 글에는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남기면 절대 안 된다” “검찰개혁이 후퇴한다면 민주당은 살아남기 어려울 것” 등의 경고성 댓글이 잇따라 달렸다. 여권 강성 지지층이 모인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는 “이견이 없어서 좋겠다” “돌아버리겠네” “지금 상황에 이견이 없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의견이 쇄도했다. 한 원내대표가 정부를 향해 적극적으로 이견을 개진하지 않는게 오히려 문제라는 것이다.
여당 강성 지지층과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의 입법예고안에서 ▶중수청을 이끄는 주체가 변호사 자격을 갖춘 수사사법관이라는 점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중수청은 기존 검찰 구조와 인적 구성을 답습한다”(이인영 의원) “검찰 권한을 분산·견제하겠다는 개혁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상이다. 충분히 수정·보완되어야 할 것”(한준호 의원) 등의 의견이 이날 종일 쏟아졌다.
한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김어준의 뉴스공장’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당내에서도 벌써 30분 넘는 의원들이 문제 제기를 했다. 정부·의원들 간 이견이 있어서 법무부·법사위원, 원내 또는 당 정책위에서 모여 빨리 논의할 예정”이라며 당내 불만 기류를 전했다. 이어 “기존 검찰 인력이 '수사사법관'에 들어간다면 이들이 수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우려도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강성 지지층의 불만도 봉욱 청와대 민정수석 등 정권 내 검찰 출신 인사들을 주로 향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한 원내대표가 “당과 정부 간 이견이 없다”고 정정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한 원내대표는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세부 사항에 대해 당내 의원님들께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했다. 기자들과 만나서도 “정부가 꼼꼼히 준비해 당과 논의해 종합된 안이 발표됐다. 이견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후 한 원내대표도 여권 강성 지지층의 타깃이 됐다.
조율사 역할을 자처하는 한 원내대표로선 취임 첫날부터 정부와 당내 강경파의 시각차를 조율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른 꼴이 됐다. 국회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정부의 입법예고는 말 그대로 입법예고”라며 밝히는 등, 강경파 의원들의 법안 수정 의지가 뚜렷하게 관찰돼서다. 민주당 의원 24명 등 범여권 의원 30명은 13일 ‘바람직한 검찰 개혁을 위한 긴급 토론회’도 예고했다. 한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긴밀한 소통을 바탕으로 눈빛만 봐도 통하는 당ㆍ청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한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이면서, 동시에 친명계 의원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당 내부에선 한 원내대표의 조율사 역할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김병기 전 원내대표는 법사위 등 당내 강경파와의 사전 조율에는 서툴렀다”며 “강경파를 어떻게 설득할지가 한 원내대표의 최대 과제”라고 했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한 원내대표는 친명과 친청 등 계파 간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공천헌금 의혹 등으로 당이 어수선할 때일수록 당내 화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운영수석에 친명계 천준호 의원을 임명했다. 원내정책수석으로는 김한규 의원을, 원내소통수석으론 전용기 의원을 선임했다. 김한규 원내정책수석 선임을 두고는 김현정 원내대변인이 언론 공지 4분 만에 “원내대표와 소통 착오가 있어 수정사항이 있다”며 발표를 취소한 뒤, 7분 뒤 다시 “김 의원이 맞다”며 정정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