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윤리심판원의 제명 처분 의결에 재심 청구 움직임을 보이자, 당 내부에서 성토가 쏟아졌다. 재심 신청으로 인해 제명 절차가 최장 60일로 늘어나면 6·3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연희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꽃이 지는 것은 끝이 아니라, 때가 되었음을 아는 일이다”고 적었다. 전날 윤리심판원 처분 의결에 “즉시 재심을 청구하겠다. 이토록 잔인한 이유가 뭐냐”며 불복 의사를 밝힌 김 전 원내대표를 공개 비판한 것이다. 김 전 원내대표는 공천 헌금과 각종 청탁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의원은 “꽃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스스로 물러날 줄 알기에 다음 계절을 망치지 않는다”며 “책임 앞에서 한 걸음 물러설 줄 아는 용기가 정치의 품격이다. 지는 꽃이 남긴 향기가 오래도록 기억되길 바란다”고 썼다.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성토는 친명·친청 등 계파를 가리지 않는 기류다. 초선 친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재심 청구 의사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애당초 자진 탈당으로 당의 부담을 덜어줬어야 했다. 전직 원내지도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각종 의혹에 반성하는 태도가 있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안 보인다”며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여론만 악화할 것”이라고 했다.
한 친청계 의원은 통화에서 “‘최종병기’가 아니라 ‘최종빌런’ 같다”며 “끝까지 당에 민폐를 끼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나아가는 길에 놓인 걸림돌을 치우고, 철저하고 비타협적으로 내란 종식을 완수할 도구로 최종병기 김병기를 써달라”고 한 김 전 원내대표의 출마 선언을 빗대 꼬집은 것이다.
김 전 원내대표 제명에 대한 당 지도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정청래 대표의 비상징계 권한으로 김 전 원내대표를 즉각 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서다.
민주당 당규 제32조(비상징계)에 따르면 대표는 현저한 징계사유가 있거나 처리를 긴급히 하지 않으면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기존 절차 대신 최고위원회 의결로 징계 처분을 할 수 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CBS 라디오에서 비상징계 발동 가능성에 대해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며 “시간이 만약 그렇게 길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라고 하는 것은 고도의 정무적 판단의 영역이기 때문에 최고위원들과 당 대표가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