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7시30분 서울 강남구 강남역·역삼세무서 버스 정류장. 버스 위치를 안내하는 전광판에 ‘차고지’ 문구가 뜨자 버스를 기다리던 10여명은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360번 버스를 타고 삼성역으로 출근한다는 김산(33)씨는 “시내버스가 파업한지 몰랐다”며 급하게 앱을 켜고 택시를 호출했다. 약 2분 동안 기다려도 택시가 잡히지 않자 김씨는 “아 큰일 났네. 택시가 안 잡히네”라며 강남역 지하철역으로 뛰어들어갔다.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이날 오전 4시 첫차를 시작으로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출근길 시내 곳곳에서 불편이 빚어졌다. 서울 시내버스 노사는 전날 오후 3시부터 10시간이 넘도록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이날 오전 1시30분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64개 시내버스 회사가 모두 파업에 참여해 운행하던 버스 약 7000대가 이날부터 멈춰섰다.
갑작스러운 버스 파업에 시민들은 다른 교통수단을 찾느라 분주했다. 강남역 12번 출구에서 740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40대 중국인 손수춘씨는 버스 파업 소식에 “어? 오늘 버스 안 해요? 나 늦었는데”라며 놀랐다. 그는 “원래 버스 타면 교대역까지 10~15분이면 갔는데, 버스를 못 타서 더 늦게 생겼다”며 정류장 의자에 올려두었던 짐을 챙기고 다급하게 지하철역으로 발길을 돌렸다.
신반포역 인근 카페에서 9시 가게 오픈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 여성 서모씨도 버스정류장에 와서야 파업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서씨는 “원래 버스 타면 15분이면 도착하는데, 지금 택시도 안 잡히고 지하철은 환승해야 돼서 늦을 것 같다. 강남역에 갇힌 기분”이라며 “사장님도 없이 혼자 가게를 오픈하는 아르바이트인데 큰일났다”고 했다. 역삼동으로 출근하는 30대 남성 원모씨는 파업 소식을 듣고 곧장 정류장에서 벗어나 개인형 이동장치(PM)인 전기 자전거에 올라타 급히 페달을 밟았다.
반면 버스 승객이 몰린 지하철은 ‘풍선 효과’로 혼잡했다. 이날 오전 8시30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지하철 2호선 승강장엔 열차를 기다리는 대기 줄이 스크린도어에서부터 환승 계단 통로를 지나 대합실 기둥까지 약 100m 늘어서 있었다. 수원에서 신촌까지 지하철로 출근하는 40대 여성 장유리씨는 “오늘 유난히 사람들이 많다”며 “열차가 멈출 때 ‘밀지 말라’고 소리치면서 싸우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장씨는 “평소라면 9시쯤 직장에 도착하는데, 오늘은 환승할 때 만원 지하철을 몇 개 보내고 타느라 10~15분정도 늦을 것 같다”고 했다.
각 자치구가 투입한 무료 셔틀버스나 파업 대상이 아닌 마을버스 등 대체 교통수단을 찾는 시민도 있었다. 이날 오전 강남역 12번 출구 버스 정류장에 ‘강남구 비상수송 버스(강남-57)’ 안내문이 붙은 전세 버스가 들어서자 “이거 어디까지 가요?”라고 물으며 시민 8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대체 교통수단으로 마을버스를 찾는 사람이 늘자 일부 노선에선 운행이 지연되기도 했다. 마을버스를 타고 양재동으로 출근하는 이미영(48)씨는 “평소엔 배차 간격이 10분인데, 오늘은 30분이 걸려도 버스가 안 온다”며 “제대로 된 안내도 없고 너무 불편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출퇴근길 교통 불편을 줄이기 위해 이날 오전 4시부터 비상수송대책을 시행했다. 지하철은 출퇴근 혼잡 시간대를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1시간 늘려 열차를 추가 투입하고, 심야 운행 시간도 다음날 2시까지 연장한다. 자치구는 마을버스가 다니지 않는 지역을 중심으로 주요 거점과 지하철역을 잇는 셔틀버스를 약 670대 투입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교통수단을 동원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며 “버스노조도 출근길 시민의 불편을 고려해 조속히 현장에 복귀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