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2025년도 북한 기관별 인명록과 주요 인물정보를 13일 공개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 국면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군 장성들이 전면에 포진한 것을 특징으로 통일부는 평가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국방성 제1부상과 총참모부 제1부총참모장은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추가로 기용된 인사는 차용범(중장·2성) 국방성 제1부상과 김영복(상장·3성)총참모부 제1부참모장이다. 군 안팎에선 파병 때 김영복은 특수부대의 병력·전술을 관리하고, 차용범이 '국방성 제1부상 겸 종합국장' 직책으로 파병과 관련한 군수 부문을 총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중앙일보 2025년 7월 23일자 16면〉 차용범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고위 지휘관 중 한 명으로 식별된다"는 이유로 지난해 5월 유럽연합(EU)의 제재 명단에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경례하고 악수를 나누면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러시아 파병을 선대 지도자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자신의 치적으로 부각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에 기여한 군 주요 인사를 중요 보직에 기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당국이 러시아 파병의 정당성과 성과를 부각하고 이에 따른 경제·군사적인 이익을 '국가 존엄의 상승'으로 포장하며 김정은 띄우기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이들의 입지는 당분간 탄탄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은 또 김정은의 일부 경호·호위 부대장을 교체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정은과 그의 가족에 대한 근접 경호를 담당하는 노동당 호위처장은 한순철에서 송준설(인민군 상장)로 교체됐다. 김정은 관련 시설과 일부 고위 간부들의 경호를 담당하는 호위사령관은 곽창식에서 라철진(인민군 중장)으로 바뀌었다.
이와 함께 김정은의 해외순방 등 외부 활동 때 경호를 담당하는 국무위원회 경위국장은 김철규에서 노경철(인민군 소장)로 바뀌었다. 다만 호위국장 김용호(인민군 중장)는 자리를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경호·호위부대 지휘관 교체는 지난해 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을 통해 확인됐다는 게 통일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당과 내각에선 2024년 12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8기 11차)에서 경제사령탑인 내각총리에 오른 박태성의 위상과 역할이 인사에도 반영된 것이 확인됐다. 북한 권력의 핵심으로 불리는 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 핵심 의사결정기구인 정치국의 상무위원은 기존 5명에서 4명으로 줄어들었다. 군수분야 원로인 이병철이 상무위원직에서 해임되면서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병철의 경우 정치국 상무위원과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공개 행사에서 식별되는 자리를 토대로 판단했다. 그가 고령인 점도 반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김정은의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외교사령탑 최선희 외무상도 정치국 위원으로 임명돼 실세 반열에 올랐다.
통일부가 이날 북한 기관별 인명록 함께 공개한 권력기구도에는 지난해 법률 개정에 따라 변경된 기관·조직의 명칭도 반영됐다. 양곡관리성(舊 수매양정성), 재해방지성(舊 국가비상재해위원회)과 사법기관인 최고검찰소(舊 중앙검찰소), 최고재판소(舊 중앙재판소) 및 군 정보기관인 정찰정보총국(舊정찰총국) 등이다.
특히 통일부는 북한이 대남 전문부서인 통일전선부 산하 외곽단체로 대남 협상을 담당했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를 폐지한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북한은 2024년 1월 "대남정책 전환 방침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한 대적부문 일꾼들의 궐기모임"을 열고 평화통일과 남북관계 개선을 명분으로 운영해왔던 대남기구와 단체를 모두 정리한다고 밝혔다. 이는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며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동족'에서 '전쟁 중인 적대적 국가'로 재정의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규정(2023년 12월 전원회의)에 따른 후속 조치 격이었다.
이번 북한 기관별 인명록에는 당·정 주요 기관과 단체 1만 400여개의 소속 인물 1만 7100명에 대한 정보가 기재됐다. 인물정보에는 당·정·군 주요인물 272명의 주요 경력과 활동 사항이 담겼다. 지난해와 비교해 박광섭 해군사령관 등 19명의 인물 정보가 추가된 반면, 사망자와 수년 간 식별되지 않은 인원 등 28명의 정보가 삭제됐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한국발 무인기 침투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한 지난 11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에 대해 "우리의 대응에 따라서 남북 간 긴장 완화 및 소통 재개 여지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합적으로 볼 때 김여정 담화 이후 북한이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며 "일단 우리 정부 조치를 지켜본다는 입장으로 보인다"며 "통일부는 1%의 가능성만 있어도 남북관계 재개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