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고환율 국면을 틈타 수출대금을 해외에 유보하거나 빼돌리는 불법 외환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수출기업에 대한 전방위 조사에 착수했다.
관세청은 고환율 흐름을 악용해 수출입 대금의 지급·수령 시점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거나, 해외로 재산을 빼돌려 부당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연중 상시 점검 체계를 가동하고, 위법 소지가 확인될 경우 즉시 수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관세청은 12일 정부대전청사에서 ‘고환율 대응 전국세관 외환조사 관계관 회의’를 열고 불법 외환거래 집중 단속 방안을 확정했다. 이명구 관세청장은 “환율 안정 지원을 올해 핵심 과제로 삼겠다”며 “불안정한 대외 경제 환경 속에서 불법 무역·외환거래를 엄정히 단속해 외환거래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세관에 신고된 수출입 금액과 은행을 통해 실제 지급·수령된 무역대금 간 차이가 크다고 판단되는 1138개 기업이다. 대기업 62개, 중견기업 424개, 중소기업 652개로 구성됐으며, 지난해 수출입 실적이 있는 약 40만개 기업 가운데 0.3% 수준이다. 관세청은 수출입 실적과 금융거래 자료 등을 추가 분석해 불법 외환거래 위험이 높은 기업부터 우선 검사할 방침이다.
이종욱 관세청 차장은 “수출대금 미회수 규모가 큰 기업은 관련 증빙을 면밀히 검토하고, 소명이 부족하거나 범죄 혐의가 의심되면 즉시 수사로 전환하겠다”며 “1138개 기업 외에도 세관 신고 금액과 은행 지급액 간 격차가 확대되는 기업에 대해서도 수시 외환검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청은 ▲수출대금 미회수 ▲변칙적 무역결제 ▲재산 해외도피 등 고환율을 유발할 수 있는 3대 무역·외환 불법행위를 중점 단속 대상으로 정하고, 환율 안정화 시점까지 ‘고환율 대응 불법 무역·외환거래 단속 태스크포스(TF)’를 구성·운영한다. TF는 정보 분석과 지휘를 담당하는 전담팀과 전국 세관의 외환조사 24개 팀으로 꾸려진다.
관세청은 지난해 1~11월 무역대금과 세관 신고 금액 간 차이가 최근 5년 중 최대치인 약 2900억달러에 달한 점을 들어 상시 점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격차는 외환 순환을 저해하고 환율 불안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역대금은 우리나라 전체 외화 유입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실제로 지난해 관세청 외환검사에서는 조사 대상 104개 기업 가운데 97%에서 불법 외환거래가 적발됐으며, 적발 금액은 총 2조2049억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