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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파월 수사에 공화당도 반기…"새 Fed 의장 인준 반대"

중앙일보

2026.01.12 21:54 2026.01.12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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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과 중앙은행 수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상 초유 사태의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가 오는 5월 퇴임하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데 대해 파월 의장이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나서면서 이번 충돌이 미국 경제 및 세계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7월 24일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Fed)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준비해온 자료를 제시하며 연준 청사 건물의 공사비가 늘어났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오른쪽)은 해당 자료를 훑어본 뒤 "5년 전 자료가 포함됐다"고 즉각 공개 반박했다. AP=연합뉴스

발단은 연준 청사의 개보수 비용을 문제 삼은 수사다. 그러나 여당에서도 공사는 명분일 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에 소신을 내세워 반대해온 파월 의장에 대한 정치 보복이자, 독립성 훼손이란 비판이 나온다. 연준은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금리 등 통화 정책을 결정하기 때문에, 권력으로부터 고도의 독립성을 요구받는 기관이다.



“공공 이익 위한 결정의 결과가 기소”

파월 의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영상 성명을 통해 “청사 개보수에 대한 지난해 6월 의회 증언과 관련, 법무부로부터 대배심 소환장과 형사 기소 위협을 지난 9일 받았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 의장이 지난 11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을 청사 리모델링과 관련해 형사 기소를 위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면서 “이 전례 없는 행위는 행정부의 위협과 지속적 압박의 맥락”이라며 “증언이나 개보수는 구실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형사 기소 위협은 연준이 대통령의 선호를 따르기보다 공공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에 따라 금리를 결정해 왔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연준 의장이 동영상을 통해 대통령에 공개적으로 맞서는 모습도 전례 없는 일이다. 상당수 미국 언론들도 이번 수사를 “금리 인하를 끊임없이 요구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따르지 않은 파월 의장에 대한 정치적 압박”으로 분석했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수사는 독립성을 지켜온 연준을 굴복시키려는 행보 중 가장 공격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독립성이 보장된 연준에 강압적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취임 초기부터 기준금리가 1%까지 낮아져야 한다는 주장을 폈지만, 파월 의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웨이’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 2기 재임 기간 연준은 금리를 세 차례, 총 0.75%포인트(p) 인하해 현재 기준금리는 3.50∼3.75%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파월 의장을 ‘너무 늦은 자’(Mr. Too late)라고 부르며 “멍청하다” 등의 원색적 표현으로 그를 비난해왔다.



트럼프 1차 ‘헛발질’…공개수사로 복수?

수사 이유로 거론된 연준 청사 공사비 문제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꺼냈던 문제다. 그는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 요구에 따르지 않자 지난해 7월 24일 생중계 카메라를 배치해놓고 연준을 방문했다.
지난해 7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Fed)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준비해온 자료를 제시하며 연준 청사 건물의 공사비가 늘어났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오른쪽)은 해당 자료를 훑어본 뒤 "5년 전 자료가 포함됐다"고 즉각 공개 반박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직 대통령으로는 19년 만에 처음 연준을 ‘급습’한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세워놓고 “(연준 청사) 공사 예산이 27억 달러(약 3조9000억 원)에서 많이 상승한 31억 달러(약 4조5000억 원)가 됐다”고 몰아세웠다. 그러자 파월 의장은 자료를 훑어보더니 10초도 지나지 않아 “5년 전에 지어진 건물 비용이 포함됐다”고 응수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망신주기 시도가 사실상 ‘헛발질’로 끝나자 소셜미디어(SNS)에 “파월이 개보수를 관리하면서 끔찍하고 극도로 무능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대규모 소송을 고려하고 있다”고 적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4일 워싱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화당 소속 팀 스콧 상원의원(왼쪽)과 함께 연방준비제도(Fed)를 방문했다. 현직 대통령이 극도의 독립성이 요구되는 연준 청사는 방문한 것으로 19년 만의 일이었다. AFP=연합뉴스

백악관은 이후 “연준이 파월 의장 재임 중 건물을 보수하면서 옥상 정원, 인공 폭포, 귀빈용 엘리베이터, 대리석 장식 등을 설치하면서 공사 비용이 계획보다 7억 달러 늘어난 25억 달러(약 3조6000억 원)가 됐다”는 수치를 제시해왔다.



‘급습’ 이후 6개월…법무장관 압박 결과?

그런데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 착수 시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소송’을 언급한 때와 시차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27일 '출생지 시민권 제한'에 대한 브리핑을 하는 동안 팸 본디 법무장관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WSJ은 이와 관련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팸 본디 법무장관을 ‘나약하고 내 정책을 효과적으로 집행하지 못하는 인물’로 묘사하며 불만을 반복적으로 토로해 왔다”며 “비판의 빈도는 최근 몇 달 동안 더욱 잦아졌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본디 장관이 소송을 빠르게 추진하지 않자, 대통령이 불만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25일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열린 백악관 칠면조 사면식 시작 전, 팸 본디 미국 법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본디 장관은 최근 백악관에 모습을 보이는 빈도가 줄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밀수범에 대한 사법 절차’라고 주장했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체포 발표 현장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체포가 사법절차라면 주무부처는 법무부가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다 지난 10일 돌연 “팸(장관)은 훌륭하게 일을 해내고 있다”며 본디 장관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JD밴스 부통령도 “본디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나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법무부가 파월 의장에게 소환장을 보낸 바로 다음날이다.



‘개인 변호사’ 출신…1기 장관도 수난

본디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출신이다. 이 때문에 지명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 권한을 가진 법무부를 사유화·도구화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2017년 11월 2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보로 지명된 제롬 파월이 연단으로 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실제 트럼프 2기 출범 후 법무부는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에 대한 보복성 수사와 기소 등으로 논란을 야기해왔다.

1기 법무장관도 공개 압박에 시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프 세션스 초대 장관이 ‘러시아 대선 개입 스캔들’에 대한 특검의 수사를 막지 않자 그를 전격 해임했다. 두 번째 장관인 윌리엄 바는 “2020년 대선에서 광범위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대하다 사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 의장이 지난해 10월 29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준비제도 본부에서 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두 번째 연속 회의 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은 파월 의장을 '멍청하다'고 비난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더 큰 폭의 금리 인하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 소식이 전해진 지난 11일 NBC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에 대해선 모른다”며 독립기관인 연준을 압박하기 위해 또 다른 독립기관인 법무부를 움직였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역대의장·여당 비판…베센트 “엉망 돼”

논란이 거세지자 역대 연준 의장과 경제학자 13명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수사를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공격”으로 규정하며 “이는 제도가 취약한 신흥시장에서나 통화정책을 입안하는 방식으로, 인플레이션과 경제 기능에 매우 부정적 결과를 수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우려와 비판이 나왔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이 사안이 신속히 해결되고 연준에 대한 정치적 개입으로 비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차기 의장 청문회 등을 진행할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공화당 톰 틸리스 의원은 전날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새 지명자 인준을 반대하겠다”며 반기를 들었고, 리사 머카우스키·케빈 크레이머 의원 등 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 2명이 추가로 가세했다. 현재 은행위원회는 13대 11 구도다. 이들 3명이 합류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장악 구상은 실현되기 어렵다.

이와 관련 악시오스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파월에 대한 수사가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었고, 금융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며 행정부 내부에서까지 불협화음이 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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