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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렇게 걷지?” AI는 알아봤다…KAIST, 우울증 탐지하는 AI 개발 [팩플]

중앙일보

2026.01.12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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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생명과학과 허원도 교수 연구팀은 동물 모델의 일상적인 행동 패턴을 분석할 수 있는 AI 플랫폼 '클로저'를 개발했다. 클로저를 통해 우울증을 보다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사진 KAIST

‘요즘 기분이 좋지 않다.’ 체크,
‘입맛이 없다’ 체크,
‘내 인생은 실패작이라고 생각한다.’ 체크….

그동안 우울증 진단은 이런 설문지와 의사와의 면담에 크게 의존해왔다. 특히 우울감은 수치로 재기 어려운 주관적 감정이다 보니, 진단의 정확도를 두고 한계가 지적돼 왔다. 국내 연구진이 여기에 다른 접근법을 제시했다. 일상적인 행동을 AI로 분석해 우울 상태를 보다 객관적으로 포착하는 방법이다.

‘미세행동’ 분석하는 AI
13일 KAIST는 생명과학과 허원도 석좌교수 연구팀이 동물 및 인간의 일상적인 행동 패턴을 분석할 수 있는 AI 플랫폼 ‘클로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클로저는 AI의 기법 중 하나인 ‘대조학습(contrastive learning)’을 통해 서로 다른 행동을 비교·대조하며 아주 작은 단위까지 쪼개 분석한다. 육안으로는 알아차리기 어려운 미세한 행동 변화까지 구분해낼 수 있다. 실제로 우울증 환자는 팔다리 움직임·자세·표정 등에서 일반인과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클로저는 이런 차이를 바탕으로 우울 증상을 탐지하도록 설계됐다.

우울증 탐지, 어떻게 가능한가
연구팀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생쥐를 대상으로 한 ‘만성 예측 불가능 스트레스(CUS, Chronic Unpredictable Stress) 모델’을 활용했다. 약물 주입, 전기충격 등 우울증과 가장 유사한 스트레스 상태를 인위적으로 만든 뒤, 생쥐의 행동 데이터만으로 우울 상태를 구별할 수 있는지를 실험했다.

허원도 교수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기존 우울증 실험은 생쥐를 물에 빠뜨리고 살아남으려고 헤엄치는지를 살피며 단순 반응으로 확인했다”면서 “클로저는 생쥐의 움직임을 0.5초보다 더 짧게 쪼개 행동의 ‘음절’을 찾아내고, 사람 눈으로는 구분하기 힘든 미세한 이상 신호를 포착한다”고 말했다. “(실험 결과) 갑자기 멈췄다가 되돌아오거나, 걷다가 이유 없이 고개를 꺾는 등 동작의 흐름이 끊기고 어긋나는 신호가 반복해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클로저는 성별과 증상의 중증도에 따라 달라지는 우울 상태를 정확히 구분해냈다. 예를 들어 같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수컷 생쥐는 주변을 덜 돌아다니고 덜 탐색하는 쪽으로 변한 반면 암컷 생쥐는 이런 행동이 더 잦아졌다.

'클로저'를 개발한 허원도 교수(오른쪽)과 제1저자 KAIST 오현식 박사과정. 사진 KAIST

우울증도 ‘맞춤 치료’ 시대
연구진은 실험 자체는 동물 대상으로 진행됐지만, 인간의 우울증에도 적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했지만, 인간의 우울증 치료 등으로 확장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범주로 묶인 채 다뤄졌던 우울증을 세분화해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허 교수는 “따돌림·학업 스트레스 등 우울증의 유발 요인은 제각각이고, 뇌에서 작동하는 위치와 메커니즘도 조금씩 다르다”고 말했다. “항우울제 역시 약물마다 작용 방식(MoA)도 다르고, 어떤 사람에게는 효과가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면서 “클로저로 미세 행동 변화를 추적하면, 환자별로 어떤 약물이 맞는지를 가려내 맞춤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최근 차세대 항우울제로 거론되는 사이키델릭(환각·지각 변화를 유도하는 물질) 계열 ‘실로시빈’의 치료 효과를 클로저로 분석하는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더 알아보려면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에 지난해 12월 게재됐다.( 전문 링크) 논문명 ‘생쥐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통해 우울증 유사 행동을 정밀 탐지하는 AI 기술’로 발표됐다.
더중앙플러스 : 팩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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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환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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