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쉽게 첫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증인과 참고인 33명을 불러야 한다는 국민의힘에 더불어민주당은 4~5명이면 충분하다고 맞서고 있어서다.
일단 양당은 13일 오후 6시 재정경제기획위원회(재경위)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다. 재경위 민주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한국부동산원·국토교통부 관계자 등과 이 후보자의 ‘갑질’ 의혹을 검증할 증인과 참고인을 부르는 데는 일단 합의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재경위 간사인 박수영 의원은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잠정적으로 잡아놓긴 했지만, 최종 합의를 하려면 더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여야는 당초 12일 오전 10시 전체회의 열어 19일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개최하는 계획을 확정하려 했다. 하지만 증인과 참고인 신청 문제를 놓고 합의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의 보좌진 갑질,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 불법 청약 당첨, 인천 영종도 잡종지 땅 매매와 관련한 미공개 정보 이용 등 의혹을 검증하기 위해 33명의 증인과 참고인 소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경제부처 수장 인사청문회는 증인을 채택하지 않는 게 관행”이라며 증인과 참고인을 부르지 않는 쪽으로 맞섰다.
정 의원과 박 의원은 이날 오전에도 통화를 주고받으며 이견을 좁히려 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의 갑질 의혹 등을 살펴볼 증인과 참고인을 일부 채택하고, 국민의힘 측은 이 후보자 가족 증인 신청을 포기하는 등 협의를 이어간 끝에 잠정 합의에 다다랐다고 한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증인·참고인 채택을 놓고 강경하게 맞서는 건 이 후보자 낙마가 여론 반전의 기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후보자가 보수 진영을 배신한 만큼 혹독한 검증이 필요하고, 각종 의혹에 휩싸인 이 후보자를 낙마시켜야 지방선거 전 분위기를 다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와 재경위원장인 임이자 의원 또한 “이 후보자는 반드시 낙마시켜야 한다”는 공감대를 재경위 의원들과 형성했다고 한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과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맹탕 입틀막’ 청문회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일부 증인·참고인 채택에 합의한 건 청문회가 시작 전부터 좌초하면 여권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자가 불법 청약 당첨 의혹, 보좌진 갑질 의혹 등 여론을 자극할 수 있는 예민한 의혹에 휩싸여 있기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선 이 후보자를 마냥 감쌀 순 없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다른 건 몰라도 보좌진 갑질이나 이 후보자 장남의 ‘위장 미혼’을 통한 청약 당첨 문제는 당에서 확실히 짚고 가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