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수출 기업 1138곳을 대상으로 외환 특별검사에 착수한다. 수출로 벌어 들인 달러를 해외에 쌓아 놓고, 신고 없이 사용하는 등 불법 외환거래를 차단해 국내 달러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관세청은 13일 정부대전청사에서 ‘고환율 대응 전국세관 외환조사 관계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외환거래 조사 세부 계획을 확정했다. 이명구 관세청장은 “환율 안정 지원을 올해 관세청 핵심 과제로 설정해, 불법 수출대금 미회수 등 환율 안정을 저해하는 행위를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외환사징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보다 5.3원 오른 1473.7원에 거래를 마쳤다. 9거래일 연속 환율 상승이다.
관세청은 대기업 62곳·중견기업 424곳·중소기업 652곳 등 총 1138곳을 조사 대상으로 정했다. 지난해보다 10배 늘렸다. 지난 5년 간 누적 5000만 달러 이상의 무역거래 기업 중 세관에 신고된 수출입 금액과 은행을 통해 지급ㆍ수령된 무역대금 간 편차가 큰 기업이 대상이다.
관세청은 현재 무역기업이 벌어 들인 달러가 국내로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무역기업의 세관 신고 금액과 은행이 지급ㆍ수령한 수출입대금 간 차이가 지난해 1~11월 2948억 달러(약 434조원)에 달한다. 최근 5년 새 최대치다.
관세청은 원화가치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기업이 환차익을 노려 무역대금 회수를 늦추고 있고, 이 과정에서 신고 없는 외환 투자나 채무 변제, 비자금 조성 등이 이뤄지고 있다고 의심한다. 지난해 실시한 외환검사 결과에서도 조사업체 104곳 중 97%가 불법 외환거래 중이었고, 해당 금액은 2조2049억원으로 집계됐다.
무역대금 회수가 늦어지면 국내 달러 유동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지난해 1~11월 한국에 유입된 외환 1조1829억 달러 중 무역대금은 4716억 달러로, 40% 수준이었다. 이종욱 관세청 차장은 “정상적으로 들어와야 할 외환이 안 들어오는 경우가 없도록 엄정하게 단속할 것”이라며 ”현재 고환율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도록 최대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단속 강도도 예년보다 세질 전망이다. 관세청은 수출대금 미회수 규모가 큰 기업에 대해 소명이 부족할 경우 수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의 대대적 조사가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차장은 “명백한 혐의가 확인된 경우에만 조사에 착수하겠다”며 “정당한 기업의 무역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