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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농협회장 사과하고 '3억연봉' 겸직 사임, 논란 반복 ‘왜’

중앙일보

2026.01.12 23:49 2026.01.13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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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이 13일 오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그동안 겸직해 온 농민신문 회장과 농협재단 이사장직에서 사임한다. 농협중앙회 전무이사(부회장), 상호금융 대표이사, 농민신문 사장 등 주요 임원도 일제히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최근 정부 특별감사에서 방만한 경영 실태가 드러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차원이다.

강호동 회장은 13일 서울 농협중앙회 본사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농협중앙회장이 공식적으로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은 2011년 전산 장애로 금융거래가 전면 중단된 이후 15년 만이다. 강 회장은 앞으로 경영 전반은 사업 전담 대표이사에게 맡기고, 농업·농촌 발전과 농업인 권익 증진 등 역할만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방만한 재정 집행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그는 “해외 출장 시 일일 숙박비 250달러를 초과해 집행된 비용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관련 비용은 전액 환입 조치하고 향후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현실에 맞게 제도와 절차를 전면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 특별감사에서 농협중앙회장의 과도한 혜택과 방만한 출장비 지출 등이 지적된 데 따른 조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와 함께 비위 의혹과 인사·조직 운영의 난맥상, 내부 통제 장치의 미작동 등 총 65건의 문제를 확인했다. 또 농협중앙회가 임원 개인의 형사 사건과 관련해 공금 3억2000만 원을 지출한 의혹 등 2건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농식품부는 범정부 합동감사 체계를 구성해 3월까지 특별감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강 회장을 둘러싼 비위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경찰이 강 회장의 금품 수수 혐의를 잡아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농협이 이 같은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 임명 방식이었던 농협중앙회장은 1988년 민선으로 전환됐고, 이후 조합장 직선제와 대의원 간선제를 거쳐 2021년 다시 조합장 직선제로 돌아왔다. 그러나 선거 방식과 무관하게 매번 잡음이 반복됐다. 중앙회장에게 막강한 권한이 집중되는 농협의 구조가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농협중앙회장은 4년 단임의 비상임 명예직이지만, 전국 1000곳이 넘는 단위조합과 중앙·지역본부를 총괄하며 전무이사와 각 사업 부문 대표이사에 대한 인사 추천권도 행사하고 있다.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지만 관리·감독은 허술하기만 하다. 현행 농협법상 정부가 직접 감사를 실시할 수 있는 대상은 중앙회와 개별 조합에 한정돼 있다. 금융지주와 금융지주 자회사 정도만 금융위원회 소관이다. 이 외에 중앙회 자회사와 경제지주, 경제지주 산하 회사들은 사실상 감독 사각지대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농식품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농협은 정말 문제”라며 “선거 과정에서 불법이 빈번하고 구속과 수사가 반복되는데, 이는 조합장 권한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할 정도다.

정부 역시 관리·감독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협동조합은 농민들이 자주적으로 만든 조직인 만큼 기본적으로 자율 운영이 원칙이어서 정부의 관여를 최소화해 온 측면이 있었다”며 “그러나 협동조합이 과연 협동조합답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둘러싼 지적이 잇따르면서, 보다 민주적인 운영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이달 중 농협개혁추진단을 구성해 향후 선거제도와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감사·관리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 보완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연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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