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협회·한국음악저작권협회·한국작가회의 등 문화 콘텐트 창작 단체 16곳이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발표한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안’(이하 행동계획안)에 대해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성명을 13일 공동으로 발표했다. AI 기업이 창작물을 선사용 후 보상하면 된다는 정부의 정책기조에 대해 “대한민국 문화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라며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국가인공지능전략위가 지난달 15일 발표한 행동계획안 중 ‘AI액션플랜’ 32번의 문제를 지적했다. “액션플랜 32번 ‘AI 학습·평가 목적의 저작물 활용 및 유통 생태계 활성화’는 AI기업이 저작권자의 이용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법적 불확실성 없이’, ‘사실상 무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적 장벽을 제거하겠다는 방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사유재산권으로서의 저작권을 본질적으로 훼손하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국가인공지능전략위는 ‘AI액션플랜’을 통해 “현행 저작권법상 저작물의 공정이용에 관한 면책 규정이 존재하나, 구체적인 기준이 모호해 AI 모델의 학습에 사용되는 저작물이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법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AI 모델 개발 및 학습에 한해서는 웹상의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과정에서 법적 불확실성 없이 저작물을 활용할 수 있는 저작권법상 예외 규정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정책 권고사항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과 협력해 올해 2분기까지 AI기본법 개정안 또는 AI특별법 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한국신문협회는 지난 2일 AI 학습에 광범위한 저작권 면책을 부여하는 것은 “명백한 권리 침해”라고 비판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국가인공지능전략위에 전달한 바 있다.
13일 성명을 발표한 16개 단체는 네 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첫째, 저작권법상 저작물의 ‘공정이용’은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해치지 않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장치일 뿐, 사기업의 영리 목적을 위해 저작물을 포괄적·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진정한 글로벌 추세는 정부가 ‘저작물의 AI 학습에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원칙을 확립하고, 기업이 협상을 통해 정당한 이용허락을 얻도록 유도하는 것”인데도, 일부 국가의 비영리 목적 면책 사례를 들어 왜곡된 ‘글로벌 추세’로 창작자를 기만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미 권리 보호에 불충분하다는 우려가 제기돼온 ‘공정이용 가이드라인’에 법적 면책 규정까지 도입하겠다는 것은 AI 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편항된 정책이라고 읽힌다”고 우려했다. 또 ‘기계가독(machine-readable)’ 형식으로 의사 표명을 해야 하는 ‘옵트아웃(Opt-out, 자신의 데이터 제공을 거부한다고 밝히면 정보 수집이 금지되는 제도)’은 기술력과 자본이 없는 대다수 창작자에겐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글로벌 AI 3강’이라는 목표가 아무리 중요할지라도 눈앞의 성과에 급급해 창작자의 권리를 희생시키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잘못을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저작권자의 사전 이용허락과 정당한 보상을 원칙으로 하는 지속 가능한 AI 발전 전략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성명에는 한국독립PD협회, 한국디지털콘텐츠창작자협회,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 한국미술협회, 한국방송작가협회,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한국방송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한국안무저작권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작가회의, 함께하는음악저작권협회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