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13일 오후 2시쯤 일본 나라(奈良)현의 한 호텔 로비에 도착하자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는 무릎에 두 손을 모은 채 허리를 숙여 일본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이렇게 말했다. 파란색 재킷과 검정색 치마 차림의 다카이치 총리는 만면에 미소를 띤 모습이었다. 이 대통령과 눈이 마주쳤을 때는 눈을 크게 뜨며 반가운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다카이치 총리와 두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눈 이 대통령은 “이렇게 격을 깨 갖고 환영해주시면 제가 몸둘 바를 모르겠다”며 “일본 국민도 그렇겠지만, 대한민국 국민들도 총리님의 이런 모습에 정말로 감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에 다카이치 총리는 “기쁘다”고 답한 뒤 이 대통령에 이어 차에서 내린 김혜경 여사에게도 밝게 웃으며 “만나서 기쁘다. TV에서 많이 봤다. 아름다우시다”고 인사를 나눴다. 이후 다카이치 총리는 직접 이 대통령 부부를 호텔 안으로 안내했다. 청와대는 “당초 예정돼 있던 호텔 측 영접에서 총리 영접으로 격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특유의 ‘오모테나시’(극진한 환대)는 이날 곳곳에서 엿보였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 대통령을 자신의 고향이자 지역구인 나라에 초청한 것부터가 드문 일이다. 역대 일본 총리가 자신의 지역구에 외국 정상을 초청해 양자회담을 한 건 2016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야마구치(山口)현에 초대한 이후 약 10년 만이다.
일본 총리가 나라에서 외국 정상과 회담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고도(古都)인 나라는 한·일 문화 교류의 상징과도 같은 ‘유카리노치’(인연의 땅)다. 또 백제에서 일본으로 건너 간 도래인의 영향을 크게 받은 고대 아스카(飛鳥)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 대통령보다 하루 먼저 나라에 도착해 이 대통령을 기다리기도 했다.
양국 정상은 공식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나라라는 지역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 대통령은 확대 정상회담에서 “총리님의 고향에서 이렇게 뵙게 돼 정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정상회담 같다”며 “한국과 일본의 교류와 협력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때이기 때문에 나라에서 총리님과 회담을 갖게 된 것은 정말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후 공동 언론 발표에서 “내각 총리대신 취임 후 나라에 외국 정상을 초청한 것은 이 대통령이 처음”이라며 “이건 저와 대통령님 간 우정과 신뢰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나라현은 이날 청사에 ‘환영 한·일 정상회담’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일본은 회담 기간 이 대통령 경호를 위해 오사카(大板)부 관내 고속도로 일부 구간을 통제한다. 나라현 경찰은 인근 지역 경력까지 동원해 경계 태세를 갖추는 등 경비를 강화했다. 다만, 산케이신문은 이 같은 ‘철통 경비’가 2022년 7월 나라에서 발생한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김 여사는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드라마 ‘파친코’에 출연한 배우 박소희씨와 미술가 김미츠오씨 등 재일 한국계 예술인과 간담회를 가졌다. 전날 직접 만든 전통 한과를 한국에서 준비해 간 김 여사는 “여러분은 양국을 잇는 매우 귀한 존재들”이라며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남편 야마모토 다쿠(山本拓) 전 중의원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2월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재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