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 정상이 13일 공동기자회견에서 조세이(長生)탄광 유골에 대한 DNA 감정 협의를 거론하자 탄광 문제를 오랜 기간 파헤쳐온 일본 시민단체는 “큰 진전”이라며 환영했다. 이노우에 요코(井上洋子) 조세이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하 새기는 모임) 공동대표는 이날 양국 정상의 공동 발표 직후 “한·일 정상의 입에서 유골 DNA 감정이 거론된 것은 큰 진전”이라고 밝혔다.
조세이 탄광은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앞바다에 있던 해저탄광이다. 일제 강점기 때 조선인들이 많이 일해 ‘조선탄광’으로 불리기도 했다. 참극이 벌어진 것은 1942년 2월 3일 오전 6시. 해저 갱도가 무너지면서 당시 이곳에서 일하던 조선인 노동자 136명 등 총 183명이 수장됐다.
당시 회사는 사고를 축소, 은폐하기에 급급했고 태평양전쟁이 끝나면서 잊혀졌던 이곳은 1990년대 들어서야 시민단체들의 의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1991년 결성된 새기는 모임은 일본 정부를 여러 차례 찾아가 발굴 요청을 했지만 갱도 입구를 모른다,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2024년 크라우드펀딩으로 돈을 모은 이들은 갱도 입구를 확인한 뒤 잠수부를 동원해 직접 유해 발굴에 나섰다. 유해 발굴 작업에 진전을 보인 것은 지난해 8월의 일이다. 당시 희생자로 추정되는 두개골 등 유골이 83년 만에 잇따라 발견됐다. 실제 유골이 발견되자 당시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희생된 모든 분에게 조의를 표한다”면서도 “현시점에서는 안전을 확보하고 잠수 조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정부 조사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유골 확인 이후로도 한·일 양국 정부에 DNA 감정을 요구해온 이노우에 대표는 이번 발표에 기대감을 보였다. 그는 “DNA 감정을 포함해 향후 유골 수용, 반환에 대해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월 추가로 더 많은 유골을 수습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한국 정부가 많은 유족의 DNA를 확보하고 있어 한국의 협력 없이는 유골 감정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설명도 더했다. 그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분을 한국에 되돌려보내 드리고 싶다”면서 “수습 유골 중엔 돌아갈 곳이 없는 유골이 있을 수 있어 현지에 납골당을 세우는 것을 포함해 양국의 다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정상 발표와 관련해 오는 2월 7일 추도식에 양국 정부 인사를 초청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현재까지는 참석한다는 회신이 없었지만 다카이치 총리 입에서 DNA 감정을 위한 '조정' 발언이 나온 만큼 정부 대표가 올 수도 있지 않겠냐”고 기대감을 보였다.